30조원 체코 원전 발표 임박…‘팀코리아’ 주도권 사활

30조원 체코 원전 발표 임박…‘팀코리아’ 주도권 사활

- 체코 17일 신규 원전 우협대상자 선정 전망
- 팀코리아vs프랑스전력공사 구도, ‘기술력vs입지’
- 러시아 유대관계 의혹 등 변수 상존…예측 어려워

기사승인 2024-07-16 06:00:28
체코 두코바니 지역 소재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최소 30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는 체코 신규 원전 4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이르면 17일 결정된다. 단일 수주를 넘어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쥘 열쇠가 될 전망이다.

15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오는 17일 오전 10시(현지시각) 프라하 정부청사에서 관료회의를 열고 ‘국가 에너지 정책 초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두코바니·테멜린 지역에 신규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의 우협대상자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는 지난달 14일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입찰제안서에 대한 평가를 정부에 제출했다. 당시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7월 중 우협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사업은 1200MW(메가와트)급 원전을 테멜린에 3·4호기(2기), 두코바니에 5·6호기(2기) 등 총 4기(예정)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3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우협대상자가 선정되면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체결한 뒤 오는 2029년 두코바니 원전부터 착공에 돌입, 2036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팀코리아’를 결성해 수주전에 참여했다.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해외 수주 명맥이 끊긴 팀코리아는 저렴한 가격과 시공 능력을 앞세워 ‘예산 내 적기 시공’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수원의 원전 건설 단가는 2021년 기준 kW(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EDF의 7831달러 대비 절반에 불과해 효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을 일정대로 건설한 바 있다. 반면 EDF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를 2009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가 13년가량 지연된 바 있다.

EDF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원전 가동국(프랑스, 56기)다운 탄탄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에는 영국 신규 원전인 힝클리 포인트C 등 ‘홈’으로 불리는 유럽 내에서도 수주를 이어왔다. 지난 3월에는 EU(유럽연합) 내 원전 추진 12개국의 ‘원전 동맹’ 공동성명을 내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체코를 세 차례나 찾아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글로벌 입지 등 영향력은 사실 프랑스가 더 큰 편이나, 최근 분위기만 보면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체코 현지에선 EDF가 러시아 로사톰으로부터 기자재를 납품받는 등 러시아 원자력산업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체코는 러시아 로사톰, 중국 CGN을 보안상 이유로 입찰 경쟁에서 배제한 바 있다.

아울러 이달 7일 프랑스 총선에서 ‘탈원전’을 주장하는 좌파연합이 제1당에 올라 향후 원전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체코 현지 정부 역시 이러한 점을 주시 중이다.

우리 정부는 팀코리아의 금융 지원까지 약속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른 방미길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만나 “한국은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과 압도적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한 금융 지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할 경우 15년 만에 해외 원전 수출의 명맥을 다시 이어갈 뿐만 아니라, 원전 수주를 늘릴 계획인 폴란드,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향후 글로벌 시장 내 입지 또한 크게 넓혀나갈 수 있게 된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이 무탄소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수주전은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큰 기회”라며 “지정학적 리스크 등 최근 국제 정세가 불안해 체코 정부 역시 이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둘 것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달 12~14일 진행된 한수원의 체코 현지 수주 활동을 마치며 “탁월한 건설역량 및 사업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협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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