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암 유도 미사일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엔 면역요법을 활용해 기존 ADC 치료제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17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이슈 브리핑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총 13개의 ADC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시장에 출시됐다.
ADC는 항체에 일종의 독성 약물인 페이로드를 링커로 연결해 구성하며, 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신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ADC 시장은 2015년 10억달러(한화 약 1조3700억원) 규모에서 2023년 100억달러(약 13조7800억원), 2028년에는 280억달러(약 38조59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엔 면역관문억제제와 결합해 면역원성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면역 자극 ADC(iADC)’ 기술도 등장했다. 이를 통해 기존 ADC의 효능을 가속화하면서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선천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표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머나사 테라퓨틱스(Mersana Therapeutics)는 면역합성 플랫폼을 사용해 세포 내부로 약물이 안정적으로 전달되고 유지될 수 있는 인터페론 유전자 자극제(STING) 작용제를 개발하고 있다. 탈락 테라퓨틱스(Tallac Therapeutics)는 TLR9 작용제 ADC를 개발하고 있다. TLR9는 선천 면역체계의 일부로 면역세포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안전성과 내약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텔라스 제약의 경우 미국 수트로(Sutro) 바이오파마와 3개의 서로 다른 표적에 대한 iADC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아스텔라스 제약에 따르면 수트로의 독자적인 결합 기술은 암세포를 직접 손상시킬 수 있는 강력한 항암제와 특정 암세포에 대한 면역응답을 국소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면역부활제 두 제제를 항체의 특정 부위에 정확하게 결합시킬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ADC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나섰다. 특허 등록과 지분 투자, 공동 연구 등을 전개해 임상시험을 이어가는 추세다.
리가켐바이오는 2024년 기준 총 17개 ADC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후보물질을 확보했고, 기술 이전에도 성공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5개 파이프라인에 대해 임상 1상과 2상을 진행 중이다. 선두 파이프라인인 ‘LCB14’(HER2-ADC)는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유한양행은 에임드바이오 투자 지분을 늘리고 있다. 에임드바이오는 ADC 및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을 전문으로 하며 ADC, BBB(뇌혈관 장벽) 투과 플랫폼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2023년 12월 ADC 중 링커 특화 기술을 보유한 앱티스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ADC 사업에 뛰어들었고, 에스티팜 등 ADC 접목 기술을 가진 계열사와 협력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셀트리온은 피노바이오, 익수다 테라퓨틱스 등과 협업 중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인투셀, 아라리스 바이오텍 등과 ADC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여전히 개발 단계로 아직 상용화된 ADC 치료제는 없다”면서 “다수의 제약사가 참여하면서 기술 이전, 임상 3상 진입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 투자, 공동 개발 사례가 늘어난 만큼 보다 안정적으로 국산화 치료제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