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채해병 순직 1주기를 하루 앞둔 18일, 여야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성역 없는 진실 규명을 약속하며 대여 공세를 끌어올렸다. 반면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찾아 “진상 결과가 제대로 발표되고 있지 않다”며 신속한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민주당 당권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아 추모했다. 이 후보는 분향 후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장과 만나 “(채상병 순직) 1년이 다 돼 가도 진상규명조차 안 되고, 은폐 의혹은 더 커졌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에 방해는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최선을 다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특검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명록에도 “성역 없는 진상규명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도 “지난 1년, 이 정권은 유가족의 애끓는 절규도, 진상을 밝히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도 모두 거부했다”며 “오직 은폐에만 혈안이 되어 청년 병사를 두 번 세 번 죽이고, 유가족의 아픈 상처를 헤집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가의 제1책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며 “억울한 생명이 희생당하고 진실마저 은폐되는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성역 없는 진상규명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채상병 순직 1주기를 맞는 19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아온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여론 조성 작업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이 다시 부결될 경우 상설특검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4년 도입된 상설특검은 별도 입법을 통한 특검과 달리, 이미 제정된 상설특검법에 따라 꾸려지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아울러 오후에는 광화문에서 순직 1주기를 추모하는 촛불 문화제에 참석해 장외전에 나설 예정이다.
같은 시간, 국민의힘은 이날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공수처 청사를 방문해 조속한 수사와 진상 규명을 요청했다. 이날 공수처에는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점식 정책위의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함께했다. 지도부의 행보는 채상병 순직 1주기를 추모하는 동시에, 야당에게 비극을 정쟁화하려는 행보를 멈추라는 경고 차원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내일이 채상병 순직 1주기가 되는 날”이라며 “그간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결과를 빨리 발표해달라고 여러차례 촉구했다”고 했다.
그는 “앞서 경찰 수사가 발표됐고 공수처의 소위 외압 의혹이라는 부분의 수사에 대해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있다”며 “진상 결과가 아직 제대로 발표되고 있지 않아 온갖 추측이 난무하며 갈등을 증폭시키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에서 수사가 늦어지고 있는지 수사상황에 관해 밝히는 것은 곤란할 것”이라며 “수사 결과 발표를 예상할 수 있는 것 등에 대해 말해달라”고도 했다.
현재 여당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상병특검법을 반대하며 공수처의 수사 결과 발표가 우선이라는 당론을 내세우고 있다. 통상적으로 특검법은 수사가 끝난 뒤 미비하다는 국민적 판단이 설 때 추진된다. 수백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특검을 ‘만능 카드’처럼 고집하기보단, 공수추에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후 해당 과정과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앞서 전주혜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마무리는 공수처 수사에 달려있다”며 “공수처는 명운을 걸고 신속, 엄정한 수사로 답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1년째 진상규명도 하지 못한 채 정쟁만 벌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야당은)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