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골프 스타일은 저돌적인 성격과는 사뭇 다르다. 한타한타 집중해서 치는 이른바 ‘또박이형’이다. 평균 타수가 80대 중반인 홍 원내대표는 평소 “골프는 당구처럼 남을 방해할 필요도 없고, 무조건 자신이 잘쳐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신사 운동”이라는 예찬론도 편다. 하지만 규칙에 엄격하고 내기를 즐기는 등 승부사 기질은 감추지 못한다. 그는 사석에서 “이 대통령은 장타자이긴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1999년 미국 워싱턴에 함께 지낼 때 골프를 치면 대부분 내가 이겼다”고 자랑한다.
90대 초반 타수를 치는 김형오 국회의장은 최근 팔을 다쳐 골프 대신 등산을 즐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한때 싱글 대접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다소 떨어져 80대 중반이라는 평이다. 최고위원 중에는 허태열 공성진 의원이 80대 초반 수준의 실력자로 꼽힌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80대 중반. 골프도 신사적으로 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90대 중반이지만 최근 3년새 홀인원을 2차례나 기록하는 행운을 맛봤다. 3년 전 국회가 여야 대치로 한창 시끄러울 때 홀인원을 기록, 대놓고 자랑도 못했다는 후문이다.
현역 정치인 중 최고 실력자는 누구일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평가를 종합하면 김학송·백성운·이군현·조전혁 의원이 싱글 수준의 골프 실력을 가졌다. 민주당에서는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언더파를 기록할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난 신학용 의원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여성 의원 중에는 한나라당 박순자 최고위원이 90대 중반 수준으로 제일 잘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타자와 관련해서는 설이 분분하고, 각종 무용담도 난무한다. 최근 주목받는 장타자는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이다. 동료 의원은 “황 의원이 드라이버를 홍천에서 치면 횡성까지 날라간다”고 칭찬한다. 황 의원 지역구는 강원도 홍천·횡성이다.
싱글 수준의 의원이라도 심리전에 말리면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선과 관련된 농담이 치명적이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5선인 모의원이 티샷을 준비하는데 ‘이번에 잘 치시면 6선은 떼논 당상’이라고 말했더니 오비를 내더라. 멀리건을 줬는데 또 오비를 내더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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