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청장에서 불명예 퇴진까지’…국세청장, 1년2개월만에 낙마

‘준비된 청장에서 불명예 퇴진까지’…국세청장, 1년2개월만에 낙마

기사승인 2009-01-16 18:02:02

[쿠키 경제] 2007년 11월 국세청의 수장에 올랐던 한상률 국세청장이 잇따라 불거진 그림 로비 의혹과 연말 골프 사건으로 1년2개월 만에 낙마했다.

전군표 전 청장이 현직 청장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구속되는 충격 속에 국세청의 수장에 올랐던 한 청장은 비리로 얼룩진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고강도 개혁에 나섰으나 본인 스스로가 불명예 퇴진하면서 국세청 역사에 불행한 기록을 추가하게 됐다.

행정고시 21회로 국세공무원의 길로 접어든 한 청장은 법인·개인납세·국제조세 등의 분야를 두루 거쳤고 국장 승진 후 본격적으로 조사업무에 뛰어들었다. 국세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16일 “전임 청장들이 운이 좋아서, 정치권에 잘보여 ‘갑자기’ 청장이 된 것과 달리 한 청장은 청장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을 착실히 거쳤다”고 말했다.


‘준비된 청장’으로 평가됐던 한 청장은 취임 이후 국세청 개혁에 전력을 집중했다. 고위직 인사제도를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선호 직위에 대해서는 공모제를 시행하는 등 강도 높은 국세행정 쇄신 방향을 발표했다.

지방청장·세무서장을 임명할 때 지역 세력과의 유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역인사를 배제하는 향피(鄕避)를 실시하고 청장 직속으로 고위직 사정을 전담하는 특별감찰팀을 설치하기도 했다.

기업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 운영방식도 개선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한 청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재신임을 받았고 이번에 유임 가능성마저 높았다. 그러나 지난 12일 제기된 그림 로비 의혹과 연말 골프 사건에 휘말리면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고 결국 15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한 청장은 그림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결코 그림을 본 적도 없다. 인격모독이다”라고 반박했고, 대통령 측근에게 장관 자리를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지만 자신의 문제가 야당의 공격 명분이 되는 등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자 결국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비리를 인정하지 않지만 도의적으로 부담을 느껴 국정운영을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청장이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세청 직원들은 이미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침착한 분위기였지만 한편으론 착잡한 표정이었다.

직원들 상당수는 개혁과 도덕성을 중요시해왔고, 일선 사무관 시절부터 청장을 염두에 두고 행동했다는 한 청장에 대한 의혹이 아직까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이주성·전군표 국세청장이 수감된 상황에서 한 청장마저 추문에 휩싸여 사퇴함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의 이미지 추락과 조직 내부 동요가 걱정스럽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추스리고 개혁해서 납세자들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누가 청장이 되더라도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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