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 곳곳 119 구급활동 ‘사각지대’…중환자 구조 구멍

농촌지역 곳곳 119 구급활동 ‘사각지대’…중환자 구조 구멍

기사승인 2009-01-19 17:37:01
[쿠키 사회] 지난 12일 오후 11시 강원도 정선읍에 사는 지모(72)씨는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졌다. 가족들은 인근 119 안전센터에 신고하며 뇌출혈을 치료할 수 있는 원주시나 강릉시 대형 병원으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119측은 “관할 구역 외부로 환자를 이송할 경우 다른 출동 접수를 받지 못한다. 읍내 병원으로 옮긴 뒤 병원 구급차를 타고 도심으로 이송해야 된다”고 답했다.

가족들은 “뇌출혈은 1분 1초가 급한데 어떻게 관내 병원으로 옮겼다가 다시 대형 병원으로 가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실랑이 끝에 지씨는 다음날 오전 2시쯤 원주시 모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농촌 지역에 119 구급 활동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농촌 지역 119안전센터가 원거리 이송을 할 경우 다른 출동 명령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관내 이송’이라는 소극적 대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에 대형 병원이 적고, 노인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119 구급활동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크다.

19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119 구급차는 환자를 관할 구역 내로 이송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관내에서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관할 구역 밖으로 이송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안전센터의 구급차량이 관할 구역을 벗어날 경우 인근 안전센터 구급차가 지원 출동 대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좁은 지역에 119 안전센터가 밀집한 대도시는 안전센터끼리 구급차 지원이 원활한 반면 농촌 지역은 센터가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어 상호 지원이 어렵다. 운영되는 구급차 대수도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서울에는 구급차 114대가 운영되는 반면 서울보다 면적이 넓은 강원도(108대) 충청북도(74대) 충청남도(96대) 전라북도(66대) 전라남도(86대) 등은 훨씬 적은 수의 구급차가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이미 출동한 119 구급차를 대신해 병원 응급차량이 대신 출동해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경우도 잦다. 강원소방본부 이지만 구조구급계장은 “강원도 뿐만 아니라 모든 농촌이 읍·면 사이 거리가 멀어 상호 지원이 어렵다”며 “원거리 이송을 갔다가 더 긴급한 신고가 들어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지역 소방본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서 119 구급차와 구급요원 확보 예산을 대부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령인 ‘지방 소방기관 설치에 관한 규정’에서 인구 5만명 미만의 지역에서는 인구 1만명 이상 또는 면적 20㎢ 이상일 경우 안전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강원대 응급구조학과 문태영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농촌에 원격 진료가 가능한 중환자용 구급차를 확대 도입하고 구급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