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응급실 앞에 모인 피해자 가족 및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60여명은 불안한 표정으로 사상자 중 가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철거민들은 특히 경찰 강경진압에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화재 당시 가스에 질식해 입원한 이모(36)씨의 부인 정모씨는 “우리도 철거 대상자라 시아버지와 남편 모두 가건물 안에 갇혀 있었다. 시아버지 시신을 확인하러 현장에 들어가려했지만 경찰이 제지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다른 철거민 여성 2명은 가족의 행방을 알기 위해 응급센터를 찾았다가 가족이 없자 서럽게 울며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갔다.
응급센터 앞을 서성이던 한 철거민 여성은 “ 격렬하게 시위했다고? 우리는 사람이 죽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다른 여성은 “그렇게 물대포를 쏘더니 불이 난 망루에는 물 한방울 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삼오오 모여있던 철거민들은 낮 12시쯤 경찰이 사고 현장에 있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을 믿을 수 없다. 시신을 훼손할 수 있다”며 사고 현장으로 몰려갔다.
서울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에서는 진압 도중 부상한 경찰 5명이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이들은 “시위대가 삼지창과 화염병, 돌까지 던지는데 위협감을 느꼈다”며 “누가 불을 지른 건지 화염 속에서 나오느라 몰랐다”며 사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사고 희생자 시신 6구는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졌다. 철거민 중 시신 2구가 훼손돼 지문 체취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국과수 관계자는 전했다.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경찰특공대 김남훈(31) 경장 빈소는 가락동 경찰병원에 차려졌다.유족이 도착하지 않은 빈소에는 김 경장의 영정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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