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검찰이 20일 오전 발생한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를 직접 수사하고 나선 것은 피해 규모와 사회적 파장 면에서 사안이 워낙 중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검찰은 먼저 사망 및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건물에 있던 화염병, 시너 등 인화물질이 어떻게 발화됐는지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이와 함께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소재,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등 외부세력의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도 진행중이다.
◇검찰 직접 수사 배경=검찰은 사고 발생 직후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검사장급이 수사본부장을 맡은 것도 이례적이고, 검사 7명과 수사관 13명으로 구성된 수사팀 규모 역시 매머드급이다.
검찰은 특히 이번 사건이 도심 재개발과정에서 철거민과 경찰의 충돌로 인한 대규모 참사라는 점 때문에 직접 수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1989년 부산 동의대 경찰 사망사고(7명 사망) 이후 가장 큰 시위 관련 참사다. 특히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경찰이 개입된 만큼 검찰이 단독수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화재원인 규명의 파장은=검찰은 이번 사건을 일단 방화·폭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공안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현주건조물 방화 사건"이라며 "(시위대 일부가) 건물을 점거해서 인화물질을 들고 갔는데, 검찰이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경찰과 철거민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화재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이 화인이라는 입장이고, 시위대는 화염병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불길이 갑자기 치솟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화재 원인 파악에 집중되면, 시너와 화염병 등을 건물내로 반입한 시위대 일부의 행적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만약 외부세력의 조직적인 개입 또는 화염병 투척 정황 등이 확인될 경우에는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법처리 역시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이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야당 및 시민단체 등의 시각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거센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과잉진압 여부도 집중수사=검찰은 화재 및 사망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와 당시 지휘체계의 책임소재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사고 당시 동영상 등을 확보, 이를 면밀하게 검토 중이다.
검찰은 특히 현장에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경찰이 철거민 농성현장에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특공대를 투입한 이유 등도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난 19일 대책회의에서 이뤄진 특공대 투입 결정의 최종 승인권자가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확인된 만큼, 김 청장이 당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런 정황이 밝혀진다면 김 청장은 업무 수행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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