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부인을 상대로한 남편의 강제적인 성행위에 사법사상 처음으로 강간 혐의가 적용돼 유죄를 선고받았던 임모(42·회사원)씨가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일 오후 2시30분쯤 부산 우암동 자택에서 임씨가 부엌문에 전깃줄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조카 장모(23)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유족에 따르면 임 씨는 이날 낮 12시쯤에도 같은 장소에서 자살을 기도했다가 어머니(72)와 장 씨에 의해 발견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밝혀졌다.

임 씨의 어머니는 “오늘 오전 11시49분쯤 아들로부터 죽고싶다는 전화가 걸려와 외손자와 함께 곧바로 아들이 살고 있는 집에 가보니 아들이 전깃줄로 목을 매고 있었다”면서 “다행히 아들의 의식이 돌아와 진정시키고 점심을 먹기 위해 남편이 있는 집으로 갔다”고 말했다.

임씨는 재판 후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2007년 7월 필리핀에서 만난 부인(25)은 결혼 후 집안일에 소홀하고 온갖 구실로 돈만 요구하다 4개월만에 가출했으며 1년6개월 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붙잡혔을 때도 벌금 100만원을 내고 다시 데려왔다”며 “집에 돌아온 부인은 성관계에 소극적이었으며 사건 발생일인 2008년 7월 26일 퇴근 후 옷조차 받아주지 않아 홧김에 부부싸움을 한 후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임씨는 또 “이 과정에서 평소 호신용으로 보관중이던 가스총을 들이대기는 했으나 공소장에 나와있는 것처럼 다른 흉기를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와 재판과정에서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모르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게 화를 불렀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필리핀인 아내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특수강간)로 기소돼 지난 16일 부산지법 제5형사부(부장판사 고종주)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국과 가족을 떠나 오로지 피고인만 믿고 온 타국에서 언어까지 통하지 않아 힘든 처지에 놓인 피해자를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야 함에도 갖은 고초를 겪게 하고 부당한 욕구를 충족하려 정당한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를 무시하고 흉기로 위협한 점은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판시했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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