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기업 구조조정, 은행과 동반 부실로 경제 위기 부른다

미흡한 기업 구조조정, 은행과 동반 부실로 경제 위기 부른다

기사승인 2009-01-21 17:53:04
[쿠키 경제] 은행의 1차 기업 구조조정이 당초 기대에 훨씬 못미치면서 기업-은행 동반 부실로 인한 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환위기에서 보듯 은행이 부실 기업을 과감히 털어내지 못한채 떠안고 갈 경우 대손충당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수익성도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은행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절반의 위기 또 온다=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가진 경제전망간담회에서 “현재까지 (글로벌) 금융위기는 50% 밖에 진행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금융위기는 신용에서 비롯됐지만 경기가 하락 국면에 들어가면서 부실채권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이는 금융기관의 수익률에 영향을 줘 나머지 절반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느슨한 기업 구조조정→부실 채권 양산→은행 재무건전성 악화→실물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소인 경제개발연구원(KDI)도 21일 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의 심화 및 장기화로 은행의 부실이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퇴양난에 빠진 은행들=금융감독원은 16개 조선 및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권 대손충당금 적립규모가 2조2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2개 건설사 구조조정에 은행(1조2100억원), 저축은행(2400억원), 기타 금융회사(2000억원) 등 1조6500억원이 필요하고, 4개 조선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5800억원 가운데 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57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평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9월말 10.86%에서 10.70%로, 저축은행은 9.10%에서 8.70%로 각각 0.16%포인트, 0.40%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다 2차 구조조정까지 합치면 건설·부동산업은 7조원, 조선업은 2조6000억원 등 대손충당금이 12조30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은행도 이같은 사정을 알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업체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데다 정부로부터 자본확충펀드를 지원받자니 경영간섭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렇다고 관치의 폐해를 또 다시 겪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충격완화 대비책 마련해야=전문가들은 미흡한 구조조정에 따른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나 은행이 현 상황을 영국이나 미국처럼 다급한 위기상황으로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하지만 당장 위기가 닥쳤을때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공적자금 등 대비책을 착실히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황일송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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