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나라당은 지난주 국회에서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2월 임시국회 중점 법안 설명회를 열었다. 쟁점 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특별히 2시간의 자유토의 시간도 배정했다. 그러나 발언을 신청한 의원은 한명도 없었다. 지난해 6월 촛불 정국 당시 의총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는 등 ‘쓴소리 릴레이’를 펼쳤던 초선 의원들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거나, 침묵을 지켰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입을 닫았다. 입법 전쟁, 용산 참사, 개각 등 쟁점 현안이 잇따르고 있지만 초선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중동(靜中動)’ 행보라고 보기에는 침묵의 시간이 너무 길다. 당 안팎에선 패기와 열정으로 정치권 소금 역할을 했던 초선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눈치보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초선들이 현안 관련 소신 발언을 꺼리는 모습은 올 들어 특히 뚜렷해지고 있다. 국정감사와 함께 날카로운 질의로 초선들의 진면목을 유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대정부 질문 신청 상황만 봐도 그렇다. 한나라당 원내행정실은 1월 중순부터 대정부 질문 신청을 받았으나 신청자 수가 크게 부족해 2월 임시 국회 직전까지 재공모를 벌여야 했다. 초선 의원이 91명이나 되지만 20여명에 불과한 질문자 수를 채우는데 진땀을 뺀 것이다. 원내대표단은 특히 대정부 질문에 앞서 용산 참사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 때 누구를 내세울지 고민이 크다. 당 관계자는 3일 “야당의 공세에 맞서 방어논리를 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의원들이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도부에 떼밀려 질의자로 나서기로 한 초선 의원들은 비난의 화살을 뒤집어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룡 여당 내 신선한 목소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초선 모임들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목회(耳目會)’ 등 일부 초선 모임은 사실상 와해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하니 당내 ‘쓴소리’는 아직까지도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의 몫이다.
당 내외에선 초선 무기력증의 원인을 공천 후유증에서 찾는다. 계파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을 받은 지난해 공천을 경험한 초선들이 계파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공천제도를 개혁하지 않는 한 자신의 향후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는 의원들이 마음 속 의견을 표출하지 못하고 주류가 결정한 당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보수 정당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도 초선의원들에게는 부담이다. 또다른 초선 의원은 “처음에는 당찬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중진 의원들의 지적이 계속되면서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게 됐다”고 토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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