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500조원, 유동성 함정 우려

시중자금 500조원, 유동성 함정 우려

기사승인 2009-02-05 17:11:04


[쿠키 경제] 시중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이 500조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돈을 풀고 있지만 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기도 어렵고 회사채 발행으로 돈을 모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물 부문으로 돈이 흘러들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 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부실채권 매입 등 과감한 재정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자금 실태와 원인



5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의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단기채권형펀드, 은행의 실세요구불예금 등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유동성은 모두 500조원 안팎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MMF 설정액은 지난 2일 현재 108조545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9조원이상 증가했다. 이는 2007년 말 46조7390억원의 2.3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처럼 시중 자금이 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리는 것은 시장의 불안감이 그 만큼 크다는 증거다.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수익률이 보장되는 적절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안전자산에 돈을 넣기 바쁘고 기업들에게는 부실채권화를 우려해 대출을 꺼리고 있다.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은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나중에 부동산, 주식 등으로 쏠릴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부동자금이 실물로 흘러들게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기업구조조정이 조기에 마무리되어야 금융기관들이 안심하고 대출할 수 있다”며 “또한 금융기관이 기업들에게 자금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조성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민 깊어지는 한은



한국은행이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다. 한은은 지난해 9월 5.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달 2.50%까지 낮췄다. 또 총액한도대출 증액(1조 9000억원), 환매조건부채권 매매(15조 9000억원), 통안증권 중도환매(7000억원), 국고채 단순매입(1조원), 채권시장 안정펀드 지원(2조1000억원) 등으로 21조6000억원의 돈을 풀었다.

하지만 시중에 공급된 자금이 실물로 흘러들지 않고 단기 상품에만 몰리면서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게 떨어져 한은이 고심하고 있다. 양도성 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등 단기금리는 많이 떨어졌지만 회사채 등 장기 금리는 여전히 높다. 보험연구원 유진아 부연구위원은 ‘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상관관계 분석’에서 “회사채 수익률 등은 정책금리 인하에 즉각적으로 하락하지 않아 기업투자가 조속히 확대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감한 재정정책 필요

아누프 싱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은 4일 “한국 경제는 적극적으로 거시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통화·재정정책 등 탄력적인 거시경제 정책운용을 위한 여유를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경제 침체기에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내수진작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여력이 많이 소진된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과감한 재정정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통화정책으로 금융기관간 유동성은 어느 정도 확보됐기 때문에 이제 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재정정책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정석 수석연구원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간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유동성 함정에 진입하면서 거시경제정책의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과감한 재정정책을 조기에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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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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