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못 배운 설움의 세월은 오늘 졸업식을 계기로 다 잊으렵니다.”
산업화와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60년대 신발공장에 다니느라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부산 아지매’들이 감격의 졸업장을 받았다.
성인 여성들을 위한 학력인정학교로 국내 처음으로 2001년 문을 연 부산 장림동 부경여자중·고교가 6일 졸업식을 열었다. 졸업생은 30대 주부에서 70대 할머니까지 모두 262명(중학생 151명, 고교생 111명)이다.
고교를 졸업하는 ‘맏언니’ 김달순(73)씨는 “한참 공부할 나이에 한국전쟁을 겪었고 그 후에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며 “학교에서 배운 한문과 컴퓨터를 활용해 앞으로도 학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손자들이 “할머니 대단해요”라고 인정해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순옥(66)씨는 “26년 동안 식당을 경영하다 더 늦기 전에 꿈을 이루려 시교육청에 직접 전화해 입학했다”며 “지난 2년이 평생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주대 재활요양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이밖에 중학교까지 공부를 마친 뒤 택시기사로 열심히 가정을 꾸려가는 강문자씨와 암을 극복하고 학생회 총무부장을 맡아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던 강영신씨 등의 사연은 졸업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부경보건고교 병설학교인 부경여자중·고교는 1년 3학기제로 운영돼 2년만에 중고교 과정을 마친다. 중학교는 100% 무상이고, 고교는 일반고교에 비해 학비가 30% 정도 저렴하다. 학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고교과정을 마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올해도 65%가 대학 진학이 결정됐다. 중학교는 공통과정이고, 고교는 인문교육과정인 사이버정보과와 미용예술과 등 2개 과가 있다. 올해 요양보호사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권성태 교장은 “모든 역경을 이겨 낸 이들의 장한 모습은 어려운 경제한파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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