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리언 파네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가 5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파네타 지명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자료에서 "북한이 2006년 핵무기(nuclear weapon)를 폭발시켰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그동안 2006년 북한의 핵실험을 '핵장치(nuclear device)' 폭발 실험으로 규정해 왔다. '핵장치'는 핵무기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핵무기 폭발'은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네타 지명자의 발언은 최근 미 행정부 일각에서 잇따라 나오는 북한 핵무기 관련 발언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 국가정보위원회(NIC)와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JFC)는 합동 보고서에서 이미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명시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2009년 1·2월호 기고문에서 "북한이 이미 수개의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언급했다.
미 정보 분야 수장의 이번 발언을 놓고 북한을 비공식적으로라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미 정부의 대외 기본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단지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기초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현실성'을 내부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제조 능력은 받아들이되 인정하지는 않는다(acceptance but not recognition)'는 노선은 고수한다는 뜻이다. 래리 닉시 미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미 정부가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숙고할 때가 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을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사정이 다르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김성한 교수는 북한을 인도나 파키스탄과 같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예외 국가로 인정해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외부에 대한 공격적인 목적이 아님을 밝히고 있고 핵물질 확산 우려도 적다. 이란도 평화적인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공격을 목적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어 위협의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앞으로 대북 핵협상에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어쨌든 북한의 핵보유를 비공식적이라도 인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 어젠다에서도 밝혔듯 미국은 핵비확산 체제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경우 이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등의 도미노 핵무장을 막을 수 있는 명분도 서지 않는다.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결의안에서도 이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워싱턴=이동훈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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