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실은 요즘 활기가 넘친다. 기자들이 드나들고 전화벨이 쉴새없이 울린다. 영화 ‘워낭소리’ 때문이다. 이 영화는 지난 주 한국 독립영화로는 처음으로 관객수 10만명을 돌파했고, 주말을 거치면서 30만명을 넘어섰다. 이로써 아일랜드 영화 ‘원스’가 가지고 있던 국내 상영 독립영화 최고 흥행기록(22만5000명)도 깨졌다.
사무실에서 조영각(40·사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독립영화계의 홍반장’으로 불린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인디포럼의 창립멤버로 참여해 두 단체의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으며, 서울독립영화제가 만들어진 후에는 집행위원장으로 8년째 일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독립영화 쪽에서는 관객수 1만명이 넘으면 파티를 한다”면서 “독립영화가 관객 10만명을 모았다는 것은 상업영화가 1000만명을 돌파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1980년대 주류 상업영화에 대항해 출현한 저예산 독립영화는 1995년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를 시작으로 극장 개봉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렀는데, 관객 10만명을 모은 독립영화는 ‘워낭소리’가 유일하다.
조 위원장은 독립영화 관객 10만명의 의미에 대해서 “영화는 괜찮은데 관객은 없다는 독립영화의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라며 “앞으로 일반 관객이 독립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또 “독립영화인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고, 주류영화계, 특히 극장 관계자들과 배급자들에게는 독립영화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신호를 줬다”고 덧붙였다.
‘워낭소리’를 시작으로 독립영화의 르네상스를 예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주 개봉한 ‘낮술’,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인 ‘똥파리’, 분단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할매꽃’ 등 기대작들도 대기 중이다. 그러나 그는 섣부른 낙관은 하지 않았다.
“독립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독립영화에 대한 태도가 한꺼번에 확 좋아질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워낭소리’는 아주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독립영화의 자리가 조금 더 확보됨으로써 한국영화의 다양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4억원 미만으로 만들어 관객수 10만명 정도 드는 독립영화가 1년에 4∼5편 정도 나올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한국에서 1년에 생산되는 독립장편영화는 30편 정도. 대부분 제작비 1억원 내외의 작품들이다. 상업영화가 한 해 50∼60편 정도 만들어진다는 사실과 비교할 때, 독립영화계의 생산력을 낮게 볼 건 아니다.
조 위원장은 “독립영화는 우리가 몰랐던 사실, 보거나 듣지 않으려고 했던 것, 그런 걸 자꾸 환기시킨다”면서 “주류영화나 주류매체가 하지 않는 일을 하기 때문에 존재의미가 있는 것이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관객이 적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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