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지킴이에 천재소녀까지’ 로스쿨 이색 신입생 열전

‘독도지킴이에 천재소녀까지’ 로스쿨 이색 신입생 열전

기사승인 2009-02-09 16: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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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독도 지킴이, 최연소 여의사, 디자이너, 40대 주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첫 예비 입학생들의 면면이 이채롭다. 다음달 일제히 문을 여는 국내 각 로스쿨에 입학하는 새내기들은 기존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의 길로 들어섰던 인물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톡톡 튀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들로부터 로스쿨 도전 이유와 자신만의 합격 비법을 들어봤다.

◇법조인의 혈통이 바뀐다=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하는 김영빈(26·서울대 경제학부 4년)씨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맞서 싸워온 ‘열혈청년’이다. 그는 2006년 3월 군 복무 시절 알게 된 선배 및 동아리 후배들과 일명 ‘독도 라이더’를 조직, 독도 문제를 알리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세계일주를 떠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238일 동안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위치한 23개국 3만4000㎞를 횡단했다.

김씨가 법조인의 꿈을 품게 되기까지는 당시의 경험이 계기가 됐다. 독도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문제를 뛰어넘어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김씨는 “도움을 받을 때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 큰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세계일주를 통해 배웠다”며 “많은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로스쿨에서 예비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 이선미(24·여)씨는 의사국가시험을 최연소로 통과한 ‘천재소녀’다. 경기과학고를 조기졸업했으며 서울대 의대를 나와 지난해 4월에는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개인병원을 개원했다. 지능지수(IQ) 149. 의대 시절 언론사나 컨설팅 회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의대 선배들의 특강을 들으면서 자신 역시 다른 쪽 공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로스쿨 진학을 계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로스쿨을 졸업하게 되면 의대생들을 상대로 법률적 지식을 제공하는 강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병원을 운영하면서 의대가 예비 의사들을 위해 의료기술 뿐 아니라 의료법 등 법적 전문성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법조인이 되면 이같은 부분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천명(知天命)을 앞둔 40대 후반의 시인과 의상디자이너를 꿈꾸던 20대 여대생도 로스쿨에 들어간다.

2003년 월간 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송지현(48·여)씨는 전남대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있다. 송씨는 2남1녀의 어머니이자 여든이 넘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다. 그를 로스쿨로 이끈 것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희망이었다. 송씨는 “대학들이 로스쿨 졸업생들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나이든 사람을 잘 뽑지 않는다고 하는데 전남대는 아무런 편견없이 나를 뽑아줘 고맙다”며 “열심히 해서 나를 합격시켜준 학교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건국대 로스쿨에 진학하는 문효정(26·여)씨는 같은 학교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얼짱 패션학도’ 출신이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대한적십자사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며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제도적인 부분에서 근본적으로 해결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느껴 법조인이 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합격 비법은?=예비 입학생들이 전하는 로스쿨 합격 비법은 이들이 걸어온 다채로운 이력 만큼이나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사법시험을 준비하듯 하루 종일 공부에만 매진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조언했다. 법학적성시험(LEET)이나 학점, 영어점수나 법률 지식도 중요하지만 예비 법조인으로서의 구체적인 포부와 계획을 밝힐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김씨의 경우 로스쿨을 준비하면서도 지난 1년 간 대학에서 경제학부 수업을 매학기 21학점씩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합격생들을 보면 모두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며 “이제껏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로스쿨 졸업 후 어떤 삶을 계획하고 있느냐가 합격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병원을 운영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하루 평균 2∼3시간에 불과했다는 이씨 역시 “로스쿨은 사법시험과 달리 모든 것을 ‘올인’한 사람들이 붙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시중에 나와 있는 LEET 문제집도 많이 풀어야 하고 영어실력도 길러야 한다”면서도 “최종 당락을 좌우하는 면접을 위해서라면 틈날 때마다 신문이나 책을 읽으며 사회적인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대 교수는 “로스쿨이 이색 경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뽑는 것은 아니다”며 “영어와 학점, LEET 성적도 골고루 우수해야 하고 논리력과 순발력도 합격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만큼 틈틈이 독서를 많이 해 이같은 능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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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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