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이제 1달만 고생하면 될 거야.” 제임스 오히(57)는 자신의 약해진 심장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장기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면 1달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였다. 당뇨로 수 년간 투석을 받아 온 테렌스 베글리(39)는 신장 기능이 회복 불가능하다는 선고를 받았다. 루프스를 앓고 있는 미그달리아 토레스(52)는 25년 동안 신장 기증자를 기다려왔다.
지난해 11월23일 미국 뉴저지의 한 교회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희망을 버린 채 세상을 등지고 살았다. 그러던 이들에게 기적이 찾아왔다. 11월24일 새벽 6시. 토레스의 전화벨이 울렸다. 자신의 조직과 맞는 신장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복잡한 마음이 스쳐 지나갔다. “신장을 구했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죽었다는 거 아닌가.”
오히, 베글리 등 다섯 명에게 소중한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이는 당시 25세였던 데니스 존 말루서릴. 그는 교회에서 교인들의 말다툼을 말리던 중 총을 맞고 그날 밤 세상을 떠났고, 가족들은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AP통신은 말루서릴이 총격을 당했던 교회에서 8일 추모회가 열렸고, 말루서릴의 가족과 장기를 기증받은 이들이 감동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9일 보도했다. 오히는 “말루서릴의 부모가 몸을 굽혀 내 심장 소리를 들었다. 나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심장병을 앓아 온 오히에게 기증과 이식은 말 그대로 새로운 삶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쇠약하고 기운이 없어 늘 누워있었죠. 의사는 만약 내가 기증을 받지 못했다면 아마 지난해 12월을 넘기지 못했을 거라고 하더군요.”
말루서릴로부터 신장과 췌장을 받은 베글리는 지난 4년동안 1주일에 세 번씩 받아왔던 투석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말타 하미드(40)는 간, 토레스는 신장을 기증받았다. 존 무스카렐라(22)의 경우 만약 폐를 이식 받지 않았다면 2년 이상 생존율이 50%도 안 되는 상태였다.
장기 기증을 연결시켜 준 뉴저지 나눔 네트워크의 윌리엄 레츠마는 “친구나 친척도 아니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리기는 정말 힘든 일”이라며 “가족들이 너무나 숭고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뉴저지 도네이트 라이프에 따르면 전 세계 10만명 이상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매일 평균 18명이 자신에게 적합한 장기를 찾지 못해 죽어간다.
이날 추모회에 참석한 말루서릴의 어머니는 “아들의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들을 모두 볼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데니스는 갔지만 나는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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