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 안전한가…먹이사슬 최상위서 오염물질 축적

고래고기 안전한가…먹이사슬 최상위서 오염물질 축적

기사승인 2009-02-13 18:05:01
[쿠키 사회] 미국 식품의약청과 환경청은 2004년 여성과 어린이에게 높은 농도의 수은에 오염된 황새치, 왕고등어, 상어를 먹지 말도록 권고했다. 임산부가 참치를 많이 먹으면 태아가 수은중독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도 잇따랐다.

서양인은 고래고기를 먹지 않아 연구결과가 적지만 사실 고래고기는 수은농도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환경운동연합이 2004년 표본조사한 결과 고래고기 샘플 113건 가운데 34건의 수은농도가 미국 잔류기준치인 1ppm을 초과했다. 평균 총 수은 오염치는 3.51ppm에 달했다.

수은, 카드뮴, 납 같은 중금속만 문제가 아니다. DDT와 디엘드린 등 살충제, 절연제로 널리 쓰인 폴리염화비페닐(PCB) 등의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과 다이옥신도 고래, 참치 등 먹이사슬의 높은 곳에 있는 바다생물에 고농도로 축적돼 있다.

육지에서 나오는 온갖 화학·오염 물질이 바다에 흘러들기 때문이다. 한국인 다이옥신 섭취의 73.3%가 수산물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혈중 수은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수산물 섭취비중이 서구에 비해 5∼10배 높기 때문이다.

참치와 고래고기는 위험하지만, 멸치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해양수산부의 2006년 국산 수산물 다이옥신 잔류 실태조사 결과 참치, 갈치의 다이옥신 잔류량은 멸치의 20배에 달했다. 수직적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바다생물에서 오염물질 농도가 높은 것은 생체농축 과정으로 설명된다.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이 한 단계씩 높아질 때마다 전달된 에너지량의 비율(에너지 효율)은 평균 10% 정도다. 섭취된 에너지의 대부분이 생물의 소화, 신진대사 활동에 이용되고 나머지가 체내에 남아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 단계에 속한 생물의 체내에 있는 중금속과 오염물질은 체내에 대부분 축적된다. 따라서 먹이사슬이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전 단계 동물보다 몸무게당 7∼10배의 오염물질을 축적하게 된다.

바다에서 해조류·플랑크톤 → 멸치·새우 → 조기·고등어 → 참치·돌고래·바다사자 → 범고래·에스키모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에서 오염피해가 가장 크고 가장 먼저 위기에 노출되는 것은 범고래와 에스키모다.

고래를 포함한 먹이사슬 꼭대기의 포식종은 개체 수 감소를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해 준다.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중 하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전문기자
hnglim@kmib.co.kr
임항 기자
hnglim@kmib.co.kr
임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