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입 자율화 후속계획은 ‘경고?’

교육부 대입 자율화 후속계획은 ‘경고?’

기사승인 2009-02-13 19:17:01
[쿠키 사회] 교육과학기술부가 13일 발표한 대입 자율화 후속계획은 ‘3불(不) 정책’을 흔들고 있는 일부 대학에게 경고의 뜻을 보내면서 입시 정책에 정부가 다시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다시 입시에 관여할 경우 ‘완전 자율화’를 기대한 대학들을 중심으로 큰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연·고대에 경고…‘정부 개입’ 논란=엄상현 교과부 학술연구정책실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부 대학이 2012학년도부터 대입 완전 자율화가 추진된다는 잘못된 인식에 기초해 입시안을 발표해 학생, 학부모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대입 완전 자율화의 시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후속계획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최근 입시정책의 근간인 ‘3불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보인 연세대와 고려대다. 교과부는 2012년학년도까지 신중하게 자율화를 확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얻은 뒤 2013학년도부터 완전한 자율화를 이루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자율화 취지는 두 대학의 성급한 자율화 계획 발표로 무색해졌다. 고려대는 지난해 입시 일부 전형에서 고교등급제 실시 의혹을 받고 있으며 연세대는 2012학년도 본고사형 대학별고사 도입 방침을 밝혔었다.

교육협력위원회에 교과부가 개입할 수도 있다는 발표 역시 주목된다. 입시를 자율적으로 치른다는 자율화 취지가 정부 간섭으로 무색해졌다는 지적을 받더라도 현재의 혼란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교과부가 다시 입시에 간섭할 경우 말로만 자율화를 외칠 뿐 정부가 예전처럼 대학을 관리, 제재하려하고 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합의 거쳐 자율화 결정”…발표 내용 실효성 논란=자율화 시점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파장도 만만찮다. 혼란이 계속돼 사회적 합의를 결국 이루지 못할 경우 자율화는 기약없이 미뤄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통해 “이번 발표에서 대입자율화가 2013학년도 이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추진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빙자해 소수 대학의 입장이나 교육전문가를 자칭하는 시장주의 관료들의 입장에 의해 대입전형제도가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발표의 실효성 여부도 문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입시 관련 업무를 법적으로 이양받아 ‘제2의 교과부’로 불려왔다. 개별 대학 입시안에 대한 지도·감독·제재 권한은 교과부가 아닌 대교협에 있다는 뜻이다.

한편 대교협은 이날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대학윤리위원회를 개최했다. 윤리위는 고려대를 상대로 “고려대 입학전형 문제로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고 대학자율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는 이기수 고려대 총장을 대신해 서태열 입학처장이 참석,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대교협은 입학처장의 설명으로는 제기된 의문이 해소될 수 없다고 판단, 더 명확하게 소명토록 고려대에 요청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지훈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