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정부 연구용역 보고서를 이전 것을 끼워 넣어 다시 제출하는 것은 논문 이중게재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이중게재가 학문윤리 위반에 그친다면 용역보고서 이중 제출은 연구비 부당 지출에 따른 국민 세금 낭비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19일 예정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부분들이 쟁점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이 후보자가 2002년 12월 제출한 '세계 IT 산업 및 각국의 IT 정책 동향조사를 통한 국내 IT 산업의 수출 촉진 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는 총 164쪽 분량이다. 옛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보낸 제출문과 한글 및 영문 요약문 및 목차 18쪽은 별도다.
총 164쪽 가운데 '제3장 세계 주요국의 정보통신산업정책'에 해당하는 51쪽 분량은 10개월 전 정통부에 제출한 '선진 주요국 정보통신 산업지원 정책의 최근 현황에 대한 조사연구 및 우리나라 지원정책의 개선과제'를 교묘히 옮겨왔다. 전체의 30.9%가 이전 보고서의 내용이 뒤섞여 작성됐다. 사실상 새 연구성과는 4장과 5장의 78쪽 분량으로 정부의 수출촉진 정책의 현황과 대안을 밝힌 부분이지만 대부분 상식적 내용이다.
보고서는 급하게 작성된 듯, 표에 대한 각주와 참고문헌 표기에 오류를 드러냈다. 오타를 그대로 옮겨오기도 했다. 64쪽 "이를 통하여 국민들을 설들(설득의 오기) 하고"는 '선진 주요국 정보통신…' 보고서 129쪽과 오타까지 일치했다. 이 후보자 단독 보고서 43쪽에선 "(아래 표3-4 참고)"라고 표기돼 있으나 표는 3인 공저 보고서에만 있고 이 후보자의 단독 보고서에선 없다. 74쪽의 출처 "(유지인, 일본 2000년 정보통신백서)" 부분은 3인 공저 보고서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지만, 이 후보자 단독 저술 보고서에는 참고문헌으로 표기돼 있지 않다.
이 후보자는 중복 부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2차 연구 때는 해외 출장비가 없어 1차 연구를 보강해 제출하겠다고 연구원측과 협의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차와 2차는 각각 발주 연도가 2001년과 2002년으로 다르고, 연구원측이 공모 제목을 정한 후 신청자를 받아 경쟁을 통해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미리 내용을 조정했다는 설명은 공모 제도의 공정성조차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두 연구보고서는 모두 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진흥연구원이 발주한 것이다. 연구원이 민주당 전병헌 의원실에 제출한 연구비 지출 목록을 보면 이 후보자의 3인 공저 1차 보고서가 발주된 2001년은 총 85건에 18억2310만원, 2002년에는 75건에 14억2200만원이 지출됐다. 연구원은 IT 분야 연구기반조성, 기술개발 및 정보통신진흥기금을 운용 관리하는 기관으로, 지난해 9월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첫 감사원 감사에서 연구과제 관리 부적정 등으로 주의 요구를 받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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