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국내 600대 기업의 올해 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2.5%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의 연간 투자 계획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2001년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투자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심각한 실물경기 침체 상황을 반영했다. 재계는 비상경제대책반을 본격 가동했다.
◇대기업 투자 마이너스 전환=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순위 600대 기업(응답 542개사)의 '2009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투자 규모가 모두 8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투자 실적 88조9571억원에 비해 2조1000억여원 줄었다. 전경련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11%) 1998년(-34%), IT 거품이 붕괴되던 2001년(-10%)에 이어 역대 4번째다.
◇반도체·디스플레이 40%대 투자 축소=제조업 부문의 투자가 46조422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9% 감소한다. 특히 투자액 비중이 전체 5%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각각 42.5%, 40.9%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설비 등에 11조8000억원을 썼던 지난해에 비해 35% 정도 축소한 7조원대로 투자액을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부품 역시 8.1%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철강과 정유업종은 고로 투자 확대, 정제 설비 증설 등으로 지난해 대비 26.4%, 42.6%씩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비제조업은 전력·가스·수도업 등의 투자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9.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건설업 투자는 18.1%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계획, 지켜질까=지난해 9월 전경련 회장단은 600대 기업의 투자를 2007년보다 26% 늘어난 100조2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연초 계획보다도 4%포인트 늘어난 수치였다. 그러나 막상 지난해 투자 실적은 이보다 11조2000여억원이나 적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4분기에 급속히 확산된 탓도 있겠지만, 재계가 정부의 거듭된 투자 확대 요구에 못 이겨 무리하게 '장밋빛' 투자 계획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투자도 계획대로 실현될지 의문이다. 지난해보다 2.5% 줄기는 했지만, 경기 상황이 좋았던 2007년(75조315억원)에 비해 15% 이상 증가한 수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전국 1014개 기업의 올 설비투자 계획 조사에서도 지난해 대비 29.5% 감소할 것이란 결과가 나와 전경련 전망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한편 전경련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노대래 기획재정부 비상경제상황실장과 삼성그룹 등 18개 회원사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제대책반 1차 회의를 열고, 자금시장 경색 문제를 우선 해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