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의복과 신발,그리고 안경… 김 추기경,마지막까지 검소한 생활

낡은 의복과 신발,그리고 안경… 김 추기경,마지막까지 검소한 생활

기사승인 2009-02-18 18:00:03

[쿠키 사회] 김수환 추기경의 유품이 18일 오후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박물관에서 공개됐다. 오랫동안 사용해 낡고 벗겨진 의복, 신발, 안경은 김 추기경의 소탈하고 검소했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김 추기경이 생전에 쓰던 안경 5점은 너무 오래 사용해 안경테가 군데군데 부러져 있었다. 전국 성당에서 신도들과 아이들에게 받은 열쇠고리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아뒀다. 김 추기경의 미사 제구는 신부가 되고나서부터 쓰던 것으로 생전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청동으로 된 제구는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는 등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톨릭대학교 변종찬 교학부처장은 “추기경님은 옷이며 쓰던 물건이며 함부로 버리는 일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추기경이 1998년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할 때 받은 편지도 공개됐다. 한 편지에는 “코골이가 심해 여행 중 같은 방을 썼던 장익 주교로부터 핀잔을 들었다는 말을 김 추기경이 미사 도중 직접 이야기했다”며 “바쁘게 활동하다보니 코를 고는 습관이 생겼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 어린이는 편지에서 “추기경님께서 쉬시니 자주 못볼 것 같아 너무 속상해요. 나중에 저희에게도 놀러오세요“라고 쓰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남긴 유산이 거의 없다.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례위원회 홍보담당 허영엽 신부는 “김 추기경님은 은퇴 주교로 특별 대우 받는 걸 거부해 다른 은퇴 신부처럼 월 생활비 250만원만 받았다”고 전했다. 이마저도 비서수녀에게 일임해 개인 통장 잔고는 거의 없었다.

장례식도 최대한 검소하게 치러진다. 추기경은 19일 오후 5시 지금 모습 그대로 주교 반지와 묵주만 갖고 입관된다. 관도 일반 사제와 같은 삼나무로 만들어졌다. 관 뚜껑에 김 추기경 문장(紋章)이 새겨지고 머리에 쓴 모관 때문에 관 길이가 30㎝ 정도 더 긴 게 다른 점이다. 20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거행되는 장례식도 다른 사제와 마찬가지로 간소하게 치러진다.

김 추기경은 20일 용인공원묘지 성직자 묘역에 일반 사제 묘지와 같은 크기의 묘지에 묻힌다. 노기남 대주교 묘지 바로 옆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권지혜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