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기획재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이하 비대회의) 실무회의에서 시종 미온적 태도를 보여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실업대책에 대한 재정지원에 재정부가 계속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19일 열리는 제7차 실무회의부터 불참하겠다고 18일 선언했다.
앞서 17일 오후 열린 제6차 실무회의에서는 한국노총측 대표들이 도중에 퇴장했다. 한국노총 손종흥 사무처장은 "노총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위해 약 32조원 규모의 예산지원을 요구했으나 재정부 측은 실무회의 내내 '지금 여기서 검토하기는 어렵다'거나 '안 된다'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 처장은 이어 "실무회의의 각 부처 대표들이 대부분 국장급인 반면 재정부만 사무관을 출석시키고 있다"면서 "꼭 지위의 고하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참석자를 책임있는 담당자로 교체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무회의의 재정부 위원은 경제정책국장이지만, 다른 일정이 바쁘다보니 인력정책과장에게 참석하도록 했는데, 그 자리가 공석이어서 사무관이 몇 차례 참석했다"고 말했다. 일자리 대책에 대한 재정지원에 관해서는 "실무회의가 비공개회의이고, 현재 논의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일반회계에서 돈을 지원해야 하는 사회안전망 확충요구들에 재정부는 거의 다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데 대해 노총이 격앙돼 있다"면서 "재정부는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하는 사안의 경우에도 추가경정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번 비대회의는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이 먼저 제안했다. 재정부는 사회적 타협이나 노동부, 노동계가 주도하는 정책 제안에 애당초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한 교수는 "고용정책에 대해 재정부는 노동부에 발언권을 전혀 주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노총과 경총 관계자들은 노·경총이 위기극복을 위한 양보조치에 합의하더라도 정부재정의 뒷받침 약속이 없으면 공수표가 되는 사안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면서 더 전향적인 정부 자세를 요구했다.
이로써 지난 3일 각계의 기대를 안고 출범한 비대회의는 불과 보름 만에 첫 위기에 봉착했다. 회의 자체가 좌초되는 지경에까지 이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재정부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23일까지 합의문을 도출키로 한 일정에는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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