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기적’ 학업성취도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조작된 기적’ 학업성취도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기사승인 2009-02-19 17:43:03
[쿠키 사회]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하며 온갖 화제를 뿌렸던 ‘임실의 기적’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자 교육 당국의 신뢰도도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임실과 같은 사례가 전국적으로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임실의 기적’ 어떻게 조작됐나=19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임실의 기적’이 조작된 데는 우선 임실교육청의 책임이 크다. 임실교육청은 일선 학교로부터 첫 구두보고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있다는 내용의 ‘수정 보고’를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임실교육청은 지난달 6일 관내 15개 학교들로부터 ‘영어와 사회, 과학의 경우 미달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구두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A초등학교로부터 미달학생이 애초 보고했던 ‘0명’이 아니라 과목당 2∼6명씩 21명이라는 수정 보고를 받았다. A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미달학생 숫자가 3개교 25명에 이른다는 내용도 이때 인지했다. 날짜는 교과부의 발표까지 한달 여나 남은 지난달 14일이었지만 임실교육청은 이를 묵살했다.

또 지난 5일 ‘수정할 사항이 있으면 다시 보고하라’는 공문을 교과부로부터 수령한 뒤에도 임실교육청은 수정된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번 파문이 임실교육청의 ‘고의적 은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교과부 등이 뒤늦게 재확인한 결과 임실지역 초등학생의 기초학력미달학생 숫자는 당초 발표한 3명에서 8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임실 지역 초등학교의 미달학생 숫자는 국어 3명(1.2%), 영어 1명(0.4%), 수학 1명(0.4%), 사회 2명(0.8%), 과학 1명(0.4%)으로 확정됐다.

◇임실만 그랬을까…구멍 뚫린 교육행정=현재와 같은 ‘자율채점’ 시스템에서는 각 학교나 지역교육청들이 ‘성적 부풀리기’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강하게 제기돼왔다. 교과부나 시·도교육청은 일선교육청의 보고 내용이 사실인지를 엄격하게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시험 진행과 채점을 모두 일선 학교에 일임한 뒤 수수방관했다.

전산 입력 방식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된 임실의 A초등학교의 경우 한 교사가 채점 결과를 전산망에 입력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전체 학생의 주관식 문제가 모두 ‘0점’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관식 문제는 채점하고 나서 점수로 환산해 입력해야 하지만 이 교사의 경우 답안을 그대로 옮겨적었기 때문이다. 임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일어났을 수 있다는 개연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과부의 학업성취도 평가 통계 해석이 지극히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교과부가 임실지역이 성적이 좋았던 이유는 방과후 학교에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한 결과라는 것이 전교조의 판단이다. 전교조에 따르면 미달학생이 아닌 보통학력 이상 비율을 기준으로 할 때 임실의 국어 전국 석차는 129위, 영어는 99위에 불과하며 전 과목 평균도 79.7%로 전북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 평균(81.1%)보다 낮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지훈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