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 참석한 시각 장애인들 “보이진 않아도 생생히 느껴져”

장례미사 참석한 시각 장애인들 “보이진 않아도 생생히 느껴져”

기사승인 2009-02-20 16:54:02

[쿠키 사회] “보이지는 않지만 추기경이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생생히 느껴졌습니다.”

20일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열린 고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에는 1급 시각장애인 3명이 특별한 손님으로 초대됐다. 이들은 장례 미사 광경을 직접 두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자신들을 배려한 김 추기경의 깊은 사랑에 감동했다. 김 추기경은 평소 중증 시각장애인 시설인 ‘라파엘의 집’을 자주 방문하는 등 장애인들에게 남다른 애착을 가졌다.

시각 장애인 선교회 윤재송 회장(64)은 “김 추기경은 안구를 기증하셨다. 남김 없이 주고 가신 것은 모든 사람이 본받아야 될 모습”이라고 감격했다. 윤 회장은 추기경 선종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명동성당을 찾아 미사와 연도(위령기도)를 드렸다. 하상 장애인 복지관장인 박정근(52)씨는 “마지막까지 시각 장애인들을 배려해 장례 미사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했다”며 “맨 앞줄에 앉아 미사를 드릴 수 있어 감개무량했다”고 말했다.

장례 미사에는 평신도 230여명도 참석했다. 숨을 죽이고 있던 평신도들은 정진석 추기경이 성수를 뿌리고 분향을 하자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평신도 대표로 고별사를 낭독한 한홍순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은 “오늘 마지막 미사에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온갖 감회들이 교차했다”며 “아쉬움이 드는 한편으로는 이것이 하느님의 섭리라는 생각에 감사함도 들었다”도 말했다.

대성전에 들어가지 못한 추모객들은 대성전 밖 꽁꽁 언 땅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대형 전광판을 통해 미사를 드리며 추기경의 안식을 빌었다. 외투 속을 파고드는 영하의 황사 바람도 뜨거운 추모 열기를 꺾지 못했다. 명동 성당 안팎에는 1만여명이 모여 김 추기경의 운구가 용인에 마련된 천주교공원묘지로 떠나는 모습을 배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사진= 호임수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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