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치러지고 난 명동 성당은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김 추기경은 떠났지만 ‘서로 사랑하라’는 그의 가르침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남았다.
40만명에 가까운 조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명동성당에는 20일 오후 고요함이 감돌았다. 30분 단위로 열리던 추모 미사는 끝이 났고 성당을 가득 울리던 연도(위령기도) 소리도 잦아 들었다. 조문객 안내 표지와 안전 펜스가 사라졌다. 성당 앞마당과 가톨릭 회관 앞에 설치돼 생중계를 하던 대형 멀티 비전도 하관 예절을 끝으로 꺼졌다.
하지만 김 추기경이 남긴 가르침은 많은 사람들 가슴 속으로 확산되고 있다. 장기기증 바람은 김 추기경이 선종한지 5일이 지난 뒤에도 봇물 터지듯이 이어지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관계자는 “20일 하루 동안 기증을 약속한 사람이 750명을 돌파했다”며 “기증 바람이 더욱 속도가 붙으면서 주말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기경이 몸소 실천한 사랑을 이웃에게 나누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성전에서 늦게까지 기도를 드렸던 이영례(74)씨는 “못나고 배운 것은 없지만 추기경처럼 살기로 했다”며 “배고프면 먹으려고 싸왔던 김밥을 옆에 계신 할머니께 드렸다”고 말했다. 김기선(54·여)씨는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추기경을 본받아 믿음과 사랑이 가득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장례 절차를 주관한 사제들은 김 추기경의 가르침이 계속되기를 희망했다. 장례위원회 홍보 담당을 맡았던 허영엽 신부는 마지막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나온 보도 중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어느 여성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호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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