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27일 서울 하월곡동 월곡종합사회복지관 2층에 자리잡은 커피 전문점 ‘더 카페’. 그윽한 커피 향기로 가득 찬 이곳은 여느 커피숍과는 달리 머리가 희끗한 60대 직원들이 손님을 받는다. 손님 한 명이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하자 직원인 김희자(67·여)씨는 환한 미소로 “진하게 드릴까요? 연하게 드릴까요?”를 물은 뒤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뽑아낸다.
지난달 13일 복지관의 빈 공간에 오픈한 이곳은 직원 7명이 모두 60대다. 이들 ‘그레이 바리스타(커피 만드는 전문가)’들은 레시피(제조법)에 따라 49가지 음료를 직접 만들어 낸다. 그린애플에이드, 크랜베리요거트 프레스치노 등 이름도 낯선 음료들을 뽑아내는 것은 기본이고 손님의 취향에 따라 휘핑크림을 추가하는 것도 척척 해낸다.
농촌진흥청에서 33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다 2001년 정년퇴임한 추종국(66)씨는 “일자리가 다시 생긴 뒤 자신감이 생겼고 매일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아내도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씨는 “까페라떼 위에 하트 모양을 만드는 것을 보고 젊은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며 “자녀들한테도 ‘아빠는 바리스타’라고 자랑한다”고 말했다.
월곡복지관은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고민하다 지난해 8월 서울시의 ‘고령자 기업 육성지원 사업 공모’에 ‘공정무역 커피 전문점’으로 지원해 선정됐다. 초기 투자 비용으로 서울시에서 4923만원을 지원받았다. 그해 9월 코엑스에서 열린 실버 취업 박람회에 구인업체로 참여해 60대 직원 7명을 뽑았다. 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이들은 퇴직 공무원, 방송사 기술직 출신, 주부 등 다양하다.
직원들은 하루 5시간씩 오전·오후 2교대로 일한다. 월급은 40만원 수준. 적은 돈이라는 불평도 나올만도 하지만 직원들은 “돈보다는 일자리”라며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김씨는 “나이 먹고 뒷방 늙은이가 되는 게 싫었다”며 “출근하기 위해 화장을 하고 꾸미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더 카페 월곡복지관점은 페루와 콜롬비아 현지 농가와 국내 에이전시가 직거래한 커피만 구입해 사용한다.
일자리에 대한 애착은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직원들은 한결같이 “경기가 좋아져서 손님이 늘고, 노인 일자리도 늘어나기를 소망한다”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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