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나라당 의원들이 1일 저녁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직권 상정 저지를 위해 민주당측의 본회의장 봉쇄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의원 100여명은 오후 7시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긴급 2차 의원총회를 마친 뒤 바로 옆에 있는 로텐더홀로 자리를 옮겨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이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들을 직권상정할 때까지 의원들에게 자리를 뜨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점거에 항의하던 민주당 보좌진·당직자들과 한나라당 의원·보좌진 사이에 치열한 몸싸움을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1차 의원총회에서 "여야간 협상이 잘되면 임시국회가 무난히 끝나겠지만, 실패하면 3일 밤 12시까지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법안을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화의 논리에서 힘의 논리로 전환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홍 대표는 "한시라도 급한 행정부의 정책을 위한 입법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면서 협상 실패시 남은 대안은 직권상정뿐임을 강조했다.
의총에서는 이례적으로 동영상까지 동원됐다. 2005년 옛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이던 시절 김원기 전 국회 의장을 내세워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해 표결처리하는 과정이 약 20여분간 상영됐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상정 무효' 등을 외치는 장면이 나오자 일부 중진 의원은 "저 장면만 보면 담배가 생각난다"라면서 퇴장했다. 그러나 초선의원 대부분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곧 현실이 될 수 있는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 관련 일거수 일투족을 눈에 담느라 바빴다.
의총에서는 실제 김형오 국회 의장의 직권상정시 민주당의 물리적 저지를 봉쇄하기 위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역할 분담 방안도 숙의됐다. 일부는 조를 짜서 의장석 주변을 지키고 일부는 제안설명을 담당하는 등의 논의가 이뤄졌다. 전자투표 방식인 만큼 반드시 본인이 직접 투표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주의 사항 등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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