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적 합의는 정치권 공멸 우려 때문

여야 극적 합의는 정치권 공멸 우려 때문

기사승인 2009-03-02 23: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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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직권상정이 예고된 본회의 20분 전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국회는 파국을 면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 결과를 지켜보는 여야의 속내는 복잡하다.

합의 배경

여야 지도부가 2일 합의에 이른 것은 정치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한나라당은 정치 파행의 궁극적 책임을 결국 여당이 지게 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1996년 신한국당 노동법 강행처리 사례에서 보듯 '직권상정 강행→물리적 충돌→정국경색'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정치 불신을 키울 뿐 아니라 여권 전체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 역시 경제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 대안 없이 '발목 잡기'에만 몰두한다는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상황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 연말과 달리 본회의 직권상정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수 없었던 현실적 이유도 민주당이 한발 양보하게 된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승자 없는 여야

김 의장은 직권상정 강행 선언이라는 벼랑끝 전술로 여야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다시 한번 정치력을 입증받게 됐다. 하지만 여야 모두 아쉬움은 크다. 여당 지도부는 미디어 관련법 표결처리 시한을 못박았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회기에 처리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어떻게든 쟁점 법안을 올해 말까지 막겠다는 민주당을 상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김효재 의원은 의총에서 "협상이라는게 상대방이 있는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100% 얻을 수는 없다"며 "이번 협상은 의석 비율보다 많은 것을 얻은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친이계 한 의원은 "결국 야당에게 시간만 벌어준 셈이고, 또 당했다"고 지적했다. 김영선 정무위원장은 의총에서 "경제관련법안 중 은행법과 정책금융공사법을 이번 회기에 처리한다고 하지만 이들 법안은 4월로 미뤄진 금융지주회사법과 산업은행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 반발도 컸다. 협상 후 열린 의총은 말 그대로 지도부 성토장이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합의안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했으나 결정은 지도부에 위임키로 했다"고 말했다.지도부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의원은 합의문에 대한 항의 표시로 본회장에 불참했다. 원 대표는 의총장을 나서면서 "욕먹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고개를 절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완패는 아니란 반응도 적지 않다. 한 의원은 "직권 상정을 막은 것은 온 가족이 다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귀한 자식 몇은 살린 셈"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 기간을 100일로 못박은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 한 관계자는 "100일 동안 전문가들이 논의하다보면 독소 조항이 제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엄기영 기자
jhhan@kmib.co.kr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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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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