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화해의 비밀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러시아가 이란 핵문제 해결에 협력할 경우 러시아가 반대해온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획기적 제안이 담겨 있었다. '스마트 외교'를 천명한 오바마 시대에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이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오바마 편지의 존재는 2일 러시아 RIA 노보스티 통신의 보도로 알려진 뒤 이튿날 뉴욕타임스(NYT)가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확인했다. NYT에 따르면 편지는 메드베데프가 보낸 오바마 취임 축하 편지에 대한 답신 형식이었으며, 윌리엄 번스 국무부 차관이 3주 전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해 직접 전달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센세이셔널한 제안"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미국은 유럽의 코앞에서 핵개발을 시도하는 이란의 위협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체코에 레이더 기지, 폴란드에 10개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하는 데 합의했다. 러시아는 앞마당 동유럽에 군사시설을 건설하려는 미국의 행보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번 오바마의 제안은 이란과 유대가 깊은 러시아가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미국은 MD 계획 재고를 선물로 주고받으면서 그간의 앙금을 풀자는 것.
러시아측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메드베데프는 1일 "이미 미국으로부터 신호를 받았다. 대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NYT는 러시아 관리의 말을 인용,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게 MD 계획과 관련해 할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6일 스위스 제네바의 미·러 외무장관 회담에서 관련 협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다음달 2일 주요 20개국(G20) 회담에서는 오바마와 메드베데프간 첫 미·러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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