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까지 중단돼 서러운데…공공요금 카드납부 ‘팔짱’

가스까지 중단돼 서러운데…공공요금 카드납부 ‘팔짱’

기사승인 2009-03-11 21:25:03


[쿠키 정치]
경기 침체로 각종 공공요금을 내느라 숨이 턱에 찰 지경인 서민들이 신용카드 납부를 원하고 있지만 관련 기관들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갖고 올 6월 말까지 모든 공공요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편의 실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가는 주부 A씨는 최근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A씨 가족은 도시가스 요금 60만원을 체납, 가스 공급이 중단된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끼니도 제대로 끓일 수 없게 된 그는 "신용카드 할부로라도 납부하고 싶은데 도시가스 요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을 제외하고 도시가스, 상·하수도 요금 등 대부분의 공공요금은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없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신용카드 관련 민원 4600여건 중 상당수가 공공요금의 신용카드 납부에 관한 질의였고 최근에만 10여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하지만 관련 공공기관과 정부기관, 업체들은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논의를 서로에게 미루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력·도시가스협회·국민연금관리공단·국민건강보험공단 4개 기관은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에 "공공요금을 신용카드로 받으면 기관의 수수료 부담이 크다"며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 개정을 요청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담하게 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까지 신용카드로 받게 되면 연간 4500억원의 수수료 부담을 져야 한다"며 "매년 3조원 가량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는 수수료 부담은 전기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 결국 전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정부 시책에 역행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가맹점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며 "공공기관이라고 수수료를 감면해준다면 다른 가맹점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카드업체측은 공공기관이나 납부자 어느 쪽이든 일정 수수료만 받으면 된다는 의견이다.

2007년 기준으로 301개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카드수수료를 납세자나 지자체가 부담하거나 면제하는 방식이다. 전체 지방세의 12.3%에 해당하는 4조3223억원이 신용카드로 결제됐다. 국세와 관세의 경우도 지난해 10월부터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200만원까지 카드 납부를 허용하고 있다. 권익위가 관계기관과의 논의를 통해 공공요금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단기간 내 조율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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