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고이치로씨,엄마 닮아 핸섬하다”

김현희 “고이치로씨,엄마 닮아 핸섬하다”

기사승인 2009-03-12 00:10:01


[쿠키 정치] 김현희씨와 이즈카 시게오씨, 이즈카 고이치로씨의 11일 만남은 내내 애틋했다.

김씨는 오전 10시50분쯤 경찰특공대 및 기동대 110명의 호위를 받으며 부산 벡스코에 도착했다. 검은색 점퍼와 바지를 입은 김씨는 차분한 모습이었으며, 나이가 들고 은둔생활에 지친 탓인지 예전에 비해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김씨는 도착 직후 몰려든 내외신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곧바로 면담장으로 향했다. 면담장에 들어선 김씨는 20분 일찍 나와 기다리고 있던 다구치씨 가족을 보자마자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이어 시게오씨의 양손을 잡으며 유창한 일본말로 안부를 물었고, 이후 고이치로씨에게로 향하면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 김씨는 이후에도 눈물을 닦을 때를 제외하고는 공개면담이 이뤄진 4분 동안 고이치로씨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등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다구치씨 가족은 다구치씨가 1978년 납치될 당시의 일본 유행가요를 모은 음악 CD 2장과 치즈 케이크, 손수건을 김씨에게 선물했다. 또 이어진 1시간30분간의 비공개 면담에서도 일본 여행안내서 2권과 '어머니가 납치됐을 때 나는 한살이었다'는 제목의 만화책, 시게오씨가 동생을 그리워하며 쓴 수필집 '여동생에게'를 전달했다. 김씨도 선물을 건넸으나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면담에 이어 2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김씨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김씨는 "다구치씨 가족들의 만남을 요청한 편지들을 받아봤느냐"는 질문에 "은둔생활 속에 전달받지 못했다"며 "나중에 녹화된 TV 내용을 통해 가족들이 만나길 희망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12년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사건 이후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생각하며 조용하게 지냈다"고 답했다. KAL기 폭파사고 유가족들과의 면담 의향에 대해선 "97년 12월 수기 인세를 유족들에게 드리며 면담하고 많이 울었다"면서 "유가족들이 북한의 테러임을 인정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고이치로를 언급하며 "어머니를 많이 닮아 핸섬하다"면서 "제가 아들을 만난 것을 알면 다구치씨가 정말 기뻐할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이치로씨는 "어머니에 대해 확실한 생존 증언을 들은 만큼 구출활동에 희망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씨가 '한국인 엄마'가 돼주겠다고 말해 기쁘다"고 덧붙였다.

면담장 주변에는 일본 취재진 50여명이 몰렸으며, 일본 주요 언론들은 생방송을 하거나 신문에 1면톱 기사로 이들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손병호 기자
TS00@V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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