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 제품 가격 공개를 놓고 정부와 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업계는 “가격 정책은 기업의 주요한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정부는 개별 주유소 공급 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주간 평균가를 공개하기 때문에 영업비밀 침해가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5월부터 석유 수출입업체와 석유 부산물 판매업체 등에 대한 판매가격 보고를 의무화했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정유 4사 평균 판매가격이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일주일 단위로 공개되고 있지만 이를 업체별 판매가격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유사별 판매가격이 공개되면 가격인하 경쟁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주간 평균가 공개는 원가 공개와는 의미가 다르다”면서“가격공개를 통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불만이 많다. 생산원가가 높은 정유사는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가 개별 기업의 핵심 정책인 가격 공개를 압박하는 게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마다 정제 노하우가 다른데 반드시 동일가격을 책정하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 실명이 공개되면 영업비밀을 샌다는 것이다. 생산원가가 높은 정유사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회사 실명을 공개하는 것을 두고도 정부와 업계가 티격태격이다. 정유사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내심 A사, B사 등으로 익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지경부는 실명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자율화된 상황에서 정유사별 영업의 가장 큰 경쟁수단인 가격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것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미 지경부가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매주 정유사 계열 주유소별 판매가격은 물론 매일 개별 주유소 가격을 공개하는 상황에서 도매가격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2월 마지막주(22∼28일) 정유사의 주유소 판매가격은 휘발유가 세금을 포함해 ℓ당 평균 1406.49원, 경유는 1136.06원이었다. 또 지난주(1∼7일) SK에너지 계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는 ℓ당 1533.69원, GS칼텍스는 1527.32원, 에쓰오일은 1514.72원, 현대오일뱅크는 1511.81원이었다. 경유는 SK에너지가 1313.05원, GS칼텍스는 1307.57원, 에쓰오일 1291.21원, 현대오일뱅크는 1288.29원이었다.
정유사 관계자는 “헌법상 시장 자유경쟁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공급가격이 모두 공개될 경우 영업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며 “주유소들도 평균보다 높게 공급받는 곳은 가격을 내려달라고 잇따라 요구할 가능성이 커 생산원가가 높은 정유사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지경부 관계자는 “평균가를 공개하는 것은 여러 영업비밀 정의를 봤을 때 침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명을 공개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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