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후 첫 신입사원 대상 특강에서 ‘속자생존(速者生存)의 법칙’을 역설했다. 정 회장은 “다윈은 ‘적자생존’을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그 것 가지고는 안되며 혁신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혁자생존’에 더해 빠른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속자생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사자가 눈을 뜨면 가젤을 잡아 먹겠다고 생각하는데 그 노하우는 가장 느린 가젤보다 조금 더 빨리 달리는 것”이라며 “전 세계가 불황이지만 매일 아침 60억명이 눈을 뜨고 우린 살아 남기 위해 사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 역시 속도에 승부를 걸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일 사내 월례사에서 “개발 스피드를 더 빠르게 하고 품질이나 성능, 시장점유율은 더 높게 하고 재고 등은 더 낮게 가져가는 내부 효율의 극대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제품(DMC) 부문장인 최지성 사장도 “DMC 부문이 출범한 것은 경영의 스피드와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현재의 경영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2의 창업을 한다는 정신으로 각오를 새롭게 하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속도를 앞세운 현장경영 원칙을 바탕으로 지난 1월말 대대적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본사 인력 1400명 가운데 1200명을 DMC와 부품(DS) 부문 산하 사업 현장으로 내려 보냈고, 이 부회장과 최 사장도 현장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야전 체제’에 들어갔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1월30일 기업설명회에서 “올해는 남보다 먼저 비용을 낮춰 제품을 싸게 생산하고, 고객에게 더욱 낮은 가격으로 빨리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전략의 실행 속도와 조직 문화의 변화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김 부회장은 스피드 경영과 관련, ‘성과=자원×속도²’라는 개념도 내놨다. 속도가 2배로 늘면 성과가 4배로 증가하지만, 속도가 2분의 1로 줄어들면 성과는 4분의1로 급감한다는 얘기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이윤호 장관은 지난달 9일 지경부 간부회의에서 정책과 연구·개발(R&D) 사업 주기를 2분의 1로 단축할 것을 강조한 이후 각종 회의 및 외부 강연에서 속도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스피드 경영의 업그레이드 방안’ 보고서에서 “스피드 경영의 본질은 올바른 것을 빠르게 달성하는 것”이라며 “유연한 사업 방식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영의 시스템화를 통해 스피드 경영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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