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결혼식’ 백혈병 소년 꿈 이뤘다

‘부모님의 결혼식’ 백혈병 소년 꿈 이뤘다

기사승인 2009-03-15 17:16:01

[쿠키 사회]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던 가장 멋진 엄마, 아빠. 끝까지 사랑하세요!”

난치병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김왕수(14)군의 소원인 ‘부모님의 결혼식’이 15일 하객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역삼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렸다. 김군은 2004년 가족이 된 새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살자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Make a Wish)재단에 소원을 신청해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김군의 아버지 덕규(47)씨와 새 어머니 방미호(40)씨는 결혼식의 주인공답게 행복한 표정으로 식장에 들어섰다. 지켜보던 김군도 환한 표정으로 부모님의 결혼식을 축하했다. 김군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힘든 항암 치료 과정과 지루한 무균실 생활 동안 늘 제 옆을 지켜주시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해주신 엄마, 감사합니다”라며 새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결혼식 주례는 메이크어위시 재단의 황우진 이사장이 맡았으며 피아노 반주는 지난해 ‘피아노를 갖고 싶다’는 소원을 성취한 김다혜(15)양이 맡아 자리를 빛냈다.

김군의 아버지는 새 어머니에게 반지를 건네주며 “그동안 아들의 긴 투병 생활을 간호하느라 고생 많았다”고 말하던 중 목이 메어 말을 잘 잇지 못했다. 새 어머니 방씨는 결혼식 마지막 순서에서 김군에게 “나의 든든한 보디가드 왕수 네가 대견스럽다. 우리집 가훈처럼 ‘대나무처럼 꿋꿋하게 흙처럼 진실하게’ 살자”며 투병 중인 아들을 격려했다. 방씨의 이 한마디에 지켜보던 김군과 가족들은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김군은 2007년 이후 백혈병으로 투병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방씨는 김군을 친아들처럼 극진히 간호했으며 김군의 여동생도 정성껏 돌봐주고 있다. 방씨는 결혼식에서 “왕수는 제가 직접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제가 낳은 아들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3년 이후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성취해 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김군을 1000번째 소원 성취 주인공으로 선정하고 결혼식 일체를 지원해줬다. 결혼식을 위해 재단을 후원하는 청담동의 한 웨딩샵에서 웨딩드레스를, 하얏트호텔 등에서 호텔 숙박권 등을 제공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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