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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연기는 작품에 몰입하기 직전 마음을 비워 놓았다가 일단 감정을 느낀 후 그것을 움직임으로 표현하는데, 무용은 감정을 움직임만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쉽지 않았어요.”
데뷔 후 처음 도전한 현대무용 ‘인 아이’ 공연차 방한한 프랑스 명배우 쥘리에트 비노슈(45·여)가 18일 서울 역삼동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19∼20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인 아이’는 무용가 아크람 칸(35)과 함께하는 2인 무용극으로 지난해 9월 영국 내셔널씨어터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영국 출신의 칸은 2007년 발레리나 실비 길렘과 함께한 무용 ‘신성한 괴물들’ 공연차 내한해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예전부터 움직임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내면을 밖으로 표출시키는 걸 즐겼어요. 한 번도 정식 무용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3년 전 주위의 권유로 처음 무용을 시작했죠.”
이후 칸의 공연장을 찾았다가 무대 뒤에서 서로 교감을 느낀 비노쉬는 춤과 연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인 아이’는 영국의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가 디자인한 단순하고 세련된 세트를 배경으로 사랑과 상처 등을 경쾌하게 표현했다.
“소유욕, 질투 등 사랑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수적인 감정이 본질적인 사랑과는 별개라는 걸 춤을 통해 말하고 싶어요.”
그는 무용을 시작하면서 내면에 숨겨진 열정과 에너지를 재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칸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인내심과 사랑을 가지고, 서로를 이해해 간 기억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무용을 시작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무용가로 불리기보다 단지 호기심이 많은 사람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재능이 하나이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표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985년 영화 ‘마리아에게 경배를’로 데뷔한 후 ‘퐁네프의 연인들’ ‘잉글리쉬 페이션트’ ‘세 가지 색 : 블루’ 등에 출연했다. 특히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97년 제4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제69회 아카데미영화제에서 각각 여자연기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 ‘여름의 조각들’은 26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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