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나라당 안에 정치개혁 목소리가 높다. 진원지는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이다. 그러나 입법전쟁 당시 벌어진 폭력국회의 구태를 더이상 보여줘선 안된다는 위기 의식은 초선과 중진을 가리지 않는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의원은 18일 최고중진 회의에서 “국회가 두차례 전쟁을 거치면서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문제와 함께 당론 정치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고 말했다. 4선의 남경필 의원은 “국회 개혁의 중심은 상임위고 정당 개혁은 공천제가 핵심”이라고 화답했다.
당 중진들의 발언은 다음달부터 본격 활동을 예고한 민본 21 소속 의원들의 정치개혁 아젠다와 맞닿아 있다. 민본 21은 최근 ‘국회 및 정당 개혁을 위한 세부 실천 과제’ 13가지를 마련했다. 모임의 외연을 넓히기위해 내달 9일 토론회를 여는 한편, 다른 초선 그룹과의 연대를 위해 빈번한 접촉을 하고 있다.
민본 21의 개혁안은 크게 국회와 정당으로 나뉜다. 우선 의안 자동 상정,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허용, 직권상정 금지 등을 통해 여야간 충돌을 막고, 상임위 중심의 상시 국회 운영과 국정감사 및 예산결산위원회 상설화 등으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당 개혁으로는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5:5로 반영하는 상향식 공천제 도입과 강제적 당론 금지가 핵심이다. 한마디로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문제는 당장 당내 벽을 넘기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한나라당 의원 10명이 확정됐으나 민본 21 소속 의원은 13명 중 아무도 참여하지 못했다. 국회 정개특위는 오는 9월말까지 선거법 개정 등 정치 구조 문제를 다루는 한시적 위원회다.
상향식 공천은 더더욱 난제다. 수도권 한 의원은 “개혁안의 진정성과 신중함에는 공감하지만, 자신의 공천 여부와 상관없이 목숨을 걸고 지지할 의원이 많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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