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연차수사,옛정권 인사들 ‘정조준’

檢 박연차수사,옛정권 인사들 ‘정조준’

기사승인 2009-03-23 22: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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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검찰 수사 역시 다각도로 빠르게 진행 중이다. 박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전·현 정권 인사들과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검찰 간부와의 유착 의혹 등 세 갈래로 나뉘어지는 양상이다. 경우에 따라선 정·관계 고위인사 상당수가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는 메가톤급 '박연차 게이트'로 확대될 수 있다.

◇여야 넘나드는 박연차 리스트='박연차 리스트'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전·현 정권을 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구속되거나 체포된 인사들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 등이 옛 정권 인사들이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 역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후보로 나섰다가 막판에 박 회장에 손을 벌렸다. 검찰은 이런 저런 이유로 돈을 받은 인사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권 핵심인사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박 회장이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맺고 사실상 '보험' 성격으로 돈을 건넸다는 점에서 현 정권 인사들에도 커다란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부산·경남 지역에 연고를 둔 정치인들 상당수는 여야를 막론하고 박 회장으로부터 어떤 형식으로든 도움을 받지 않았겠느냐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여러 정치인에게 박 회장을 소개한 것으로 거론되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 불법 정치자금 등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의 줄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박연차 리스트는 갖고 있지도 않다"면서도 "마지막 수사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권핵심 겨누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지난해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이뤄질 때 박 회장이 여러 경로를 통해 이를 무마하려 했는지도 이번 사건 수사의 핵심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파장보다 파괴력이 더욱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여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듯 박 회장은 세무조사를 전후해 당시까지 관리했던 인맥을 총동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박 회장이 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세중나모여행 천신일 대표 등을 통해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현 정부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 역시 박 회장과 돈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추 전 비서관을 상대로 청탁을 한 박 회장이 국세청에 영향력 또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다른 거물급 인사에게도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추 전 비서관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비록 막지는 못했지만 당시 자신과 끈이 있던 인사들을 통해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부탁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럴 경우 현 정권의 핵심인사에게도 불똥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고위 검찰간부 유착 의혹도 관심사=박 회장이 사실상 부산·경남 지역의 검찰 간부들과 친분 이상의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도 규명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여러 경로를 통해 쌓은 인맥을 동원해 검찰 인사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쳤다는 설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박 회장으로부터 골프나 식사 접대를 받은 전·현직 간부가 여러명 있고 박 회장과 소원한 관계였던 검찰 간부가 나중에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사팀의 칼끝이 검찰 내부를 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런 의혹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감찰조사를 벌일지는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원칙대로 성역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김경택 기자
hsnam@kmib.co.kr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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