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2009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 세계 출판인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개막해 26일까지 열리는 도서전에는 66개국 1300여개 출판사가 참가했다. 이번 도서전은 세계 10위의 출판시장에 신간의 18%가 어린이책일 만큼 상당한 규모를 가진 한국 아동출판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둥글게 둥글게’를 표어로 문학동네 베틀북 시공주니어 예림당 웅진씽크빅 지경사 창비 등 62개사가 한국관에, 여원미디어 CJ문화재단 등 6개사가 개별 부스로 참가해 우리 아동도서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24일 한국관에는 출판 계약을 상담하는 외국 출판사 에이전트가 대거 몰려들었다. 예림당의 경우 과학만화학습도서 ‘WHY?’ 시리즈 판권을 프랑스 굴지의 출판사와 계약했다. 백광균 예림당 출판기획실 이사는 “유럽 출판사에서 ‘WHY?’에 관해 많은 문의를 해온다”면서 “글과 그림이 모두 한국의 토종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란다”고 말했다. ‘호랑이를 혼낸 토끼’ 등 창작동화를 출품한 지경사 부스에도 각국 출판인들이 찾아 한국적인 그림에 관심을 보였다.
올해 볼로냐 라가찌상을 수상한 ‘미술관에서 만난 수학’(여원미디어), 픽션 부문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한재희·정지예의 ‘줄줄이줄줄이’(여원미디어)와 논픽션 부문 장호의 ‘달은 어디에 떠 있나’(웅진주니어) 등도 세계 출판 에이전트들의 관심을 모았다. 주빈국관에서는 한국 일러스트레이터 31명의 원화 작품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오스트리아의 어린이책 기획자인 코넬리아 힐데씨는 “호랑이가 나오는 전통 그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한국 원화가와 접촉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백석기 주빈국 행사 조직위원장은 “주빈국관에서 소개된 일러스트레이션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예술의 경지이자 동과 서, 문화와 이념의 경계를 허무는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의 정수”라며 “정적이면서 생동감 넘치는 한국 일러스트레이션과 세계 유수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만나는 자리를 통해 아동도서 수준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부대 행사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볼로냐 시청사 헤라클레스룸에서 열린 ‘한글, 한국의 문자-천지인이 어우러진 세계’ 전을 관람한 안젤로 구글리엘미 볼로냐시 문화정책위원은 “한글 문자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인 줄 몰랐다”며 “한국이 구텐베르크보다 앞서 활자인쇄술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볼로냐=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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