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보험·적금 해약 급증…유동성 위기 촉발하나

불황형 보험·적금 해약 급증…유동성 위기 촉발하나

기사승인 2009-03-25 17:10:02

[쿠키 경제] 경기 침체로 가계 소득이 줄고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보험이나 적금 등을 깨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앞으로 경제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장기화되면 이같은 적금 해약 및 보험 해지 건수는 더 늘어나 금융회사에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불황형 보험·적금 해약 속출=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 가입자의 해약 및 실효 건수는 지난해 4분기 218만500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5.6% 증가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한 환급금은 8조1853억원으로 20.3% 늘어났다. 해약·실효 건수는 지난해 1분기 194만6000건에서 2분기 181만5000건으로 줄었다가 3분기에 다시 203만7000건으로 증가했다. 실효는 보험료를 2개월 이상 내지않을 때 보험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손해보험 가입자의 해약·실효 건수도 지난해 1분기 99만9000건에서 2분기 102만건, 3분기 110만1000건, 4분기 133만5000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36.8%나 증가했고 환급금은 42.5% 급증한 1조4582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주요 4개 은행의 고객이 해지한 정기적금 계좌는 지난해 11월 15만2265개에서 12월 18만622개로 급증했으며 올해 1월 16만9315개, 2월 17만7095개를 기록했다. 한때 월급쟁이의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던 펀드 투자도 시들해지고 있다. 펀드 계좌는 지난 1월 말 현재 2332만개로 지난해 6월 말보다 179만개 줄었고 이중 적립식 펀드 계좌는 1412만개로 156만개 감소했다.

생활비나 장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회복기관에서 소액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1인당 최고 1000만원을 연 2∼4%의 저리로 빌려준 금액은 지난달 38억원에 달해 1월의 18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대출자 역시 1월 662명에서 2월 1310명으로 급증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기에는 보험이나 적금부터 깨는 경향이 있다”며 “불황이 장기화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유동성 위기 가능성=보험사들은 가입자들의 해약 환급금 지급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현금보유 비율을 높이고 있다. 기존에는 총 자산의 2% 수준이던 현금보유 비율이 4∼5%로 배 이상 높아졌다. 보험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 기존 계약 해지 및 신규 계약 감소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보험사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 김해식 전문위원은 “최근 보험사들이 가입자의 해약률이 상승하는 것에 대비해 현금 보유 비율을 높이고 있다”며 “해약이 급증해 해약금 지급건이 늘어날 경우 일시적인 현금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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