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1941년 윈스턴 처칠은 캐나다 오타와를 방문해 의회에서 “영국은 (2차 대전에서) 강렬하게 적과 맞서겠다”는 취지의 연설을 한 뒤 대기실로 들어왔다. 처칠을 기다리고 있던 유섭 카쉬는 사진을 찍을 기회를 정중하게 청했다. 처칠은 “한 장만 찍어보게나”라고 응했지만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내려놓지 않았다. 카쉬는 잠시 기다리다 처칠에게 다가가 “용서하십시오. 수상각하”라고 말하곤 시가를 그의 입에서 뺏어내듯 잡아채버렸다. 처칠은 잡아먹을 듯 화를 냈다.
바로 그때 카쉬는 사진(사진)을 찍었다. 적막이 흘렀다. 그러나 처칠은 곧 웃으며 “당신은 으르렁거리는 사자도 얌전한 상태로 사진을 찍게 할 수 있구먼”이라고 말했다. 이 ‘으르렁거리는’ 사진은 라이프지로 보내져 표지에 등장했고, 2차 대전에 임하는 처칠과 영국의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상징적 아이콘이 됐다.
20세기 인물 사진의 대가이자, 초상사진의 교과서로 불리는 유섭 카쉬(1908∼2002) 사진전이 5월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지난해 카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었던 전시 작품 중 일부를 골라 선보이는 순회전으로, 이만한 규모의 카쉬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예술계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처칠 사진을 비롯해 아인슈타인, 슈바이처, 헤밍웨이, 피카소, 오드리 헵번, 피델 카스트로, 마더 테레사, 재클린 케네디 등 20세기를 풍미한 대중의 연인이자 영웅들 사진 90여 점이 선보이고 있다. 책이나 화면을 통해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낯익은 걸작들이다.
카쉬는 아르메니아에서 태어나 시리아를 거쳐 캐나다로 이주한 뒤 현지에서 사진관을 경영했다. 그는 빛을 활용하는 조명 기법과 ‘찰나’에서 드러나는 인물의 특성을 포착하는 실력에 힘입어 작고할 때까지 수없이 많은 유명 인사들의 사진을 ‘아이콘’으로 만들었다(1544-1681).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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