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지사와 박 회장은 오랜기간 교분을 쌓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지사는 네차례 경남도지사와 17대 의원을 지내면서 경남 일대에선 정치적인 영향력이 상당했다. 박 회장은 그런 김 전 지사의 후원자 역할을 오랜기간 해왔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이 정치권 인사들과 두루 인연을 맺게 된 데는 김 전 지사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전 지사는 2003년말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2004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후 17대 국회에서 이광재·서갑원 의원 등 친노(親盧) 직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신의정연구센터(의정연)’의 상임고문을 맡았다. 정치권에선 김 전 지사가 상임고문으로 있으면서 친노 의원들과 박 회장 사이에 끈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실제로 김 전 지사는 2005년 이·서 의원을 포함한 의정연 소속 의원들과 중국 베이징을 공식 방문했다가 박 회장의 초청으로 칭다오를 들렀다. 칭다오는 태광실업의 해외공장인 ‘청도태광’이 있는 곳이다. 박 회장은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에게 자신의 아내와 직원 명의로 300만∼500만원씩 후원금을 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또 2002년 당시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퇴직한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을 위해 김해 금호가든에서 퇴직 위로연을 마련했다. 금호가든은 박 회장 소유의 대형식당이며, 이 위로연 자리에는 박 회장도 참석했다. 권 의원은 그러나 29일 “당시 김 전 지사가 마련한 위로연에서 박 회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한 번도 돈 받은 적은 없다”며 “전별금도 김 전 지사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등에게 박 회장의 돈 수만 달러를 전달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인식당 K회관 사장 곽모씨도 김 전 지사와 친분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뉴욕한인경제인협회 회장을 지내면서 곽씨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 김 전 지사가 박 회장에게 그를 소개시켜 줬다.
이후 박 회장이 곽씨와 친분을 맺으면서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네라는 전화를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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