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신조어’ 등장…‘bossnapping’은 상사 납치

‘불황기 신조어’ 등장…‘bossnapping’은 상사 납치

기사승인 2009-03-30 17:26:02

[쿠키 지구촌] ‘언어는 역사의 보고’라던 19세기 미국 사상가 랠프 왈도 에머슨의 믿음은 오늘날도 유효하다. 경제위기 여파는 진앙지 언어인 영어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잡학사전으로 유명한 작가 벤 쇼트의 인터넷 블로그에서 불황기 세태를 반영하는 신조어들을 뽑아 소개했다.

요즘 영·미 언론의 단골 제목 중 하나는 상사(boss)와 납치(kidnapping)를 묶은 보스내핑(bossnapping·상사납치)이다. 세금 받아 보너스 잔치를 벌인 대기업 임원에 대한 분노가 물리적 납치로 비화한 사회현상을 짚은 것. 프랑스에서는 지난 두 달여간 3M과 소니, 미쉐린의 사장·매니저가 억류당하며 보스내핑이 횡행했다.

유사어로는 반달라이제이션(vandalization)이 있다. 문화 파괴 행위를 가리키는 이 단어는 최근 부유층에 대한 보복성 공격의 뜻으로 의미를 확장했다. 지난 25일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행장의 저택이 괴한의 습격을 받자 영국 언론들은 이 단어를 일제히 헤드라인으로 올렸다.

경제(economy)와 자살(suicide)의 합성어인 이코노사이드(econocide·불황으로 인한 자살)는 1929년 거액을 잃은 금융가들이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유래한 단어. 유사한 경제위기 속에서 80년 만에 컴백했다. 페시미즘 포르노(pessimism porn·선정적 비관주의)는 지나치게 우울한 경제 관련 보도를 뜻하는 말로, 실패를 상품화하는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이를 보며 은밀한 만족감을 느끼는 뉴스 소비자들의 심리를 동시에 꼬집었다.

경기침체는 ‘2009 뉴욕 수염 챔피언십’에서 리세션 비어드(recession beard)라는 새 카테고리를 탄생시켰다. 불황에 얽힌 ‘사연이 있는 턱수염’이 여기에 속한다는 게 조직위원장의 설명이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에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제안한 세계 단일통화 아크메탈(acmetal)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논란 속에 화제어로 떠올랐다. 그리스어로 절정을 뜻하는 아크메(acme)와 자본(capital)이 결합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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