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지난달 20일 SK건설 등 국내 4개사는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알주르 제 4 정유공장’ 신설공사 발주를 취소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총 14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국내 4개사는 지난해 5월 우선 발주된 63억달러 규모 공사를 싹쓸이 수주해 화제가 됐었다. 쿠웨이트는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가장 많은 수주액(75억4100만달러)을 기록한 곳이다.
국내 주택 및 건설경기 침체 상황을 해외시장 진출로 돌파했던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텃밭이었던 중동 지역 마저 글로벌 경기침체로 고전하면서 발주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올해 착공 예정인 총 8조원 규모의 고속도로 등 9개 수익형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차질을 빚는 등 공공사업도 위태로운 실정에서 해외 건설시장은 미래를 위한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시장 및 공종 다변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도 한창이다.
◇해외시장 다변화 해야=국토해양부와 해외건설협회는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476억4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하지만 이중 중동이 272억달러로 전체의 57%에 달해 수주 편중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대건설이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196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한 총 3001억2200만달러 중 중동 수주액은 1746억100만달러로 절반이 넘는다. 공종별로도 지난해 플랜트가 268억달러로 전체 실적의 56%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중동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만큼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는 중동 산유국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주 확보를 위해서는 신시장 개척을 통한 시장 다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플랜트라는 공종 한계 문제도 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은 호주 관광지 골드코스트 주거단지 개발사업에 진출하는가 하면 금호건설은 해외 공항공사 수주를 적극 추진 중이다. 또 엠코는 베트남에서 50년간 개발권 및 사용권을 가진 복합리조트 건설에 뛰어들었다.
◇설계 능력과 핵심기술 키워야=국내 건설사들의 시공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공사의 틀을 짜는 기본설계 능력 등은 취약해 선진국 업체들에 크게 뒤지는 실정이다. 일부 발주처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입찰자격 취득도 어렵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중소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력을 늘려 해외 수주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금융지원은 물론 전문인력 확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건설업이 현재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발판은 기술이다. 업계도 이를 위해 신성장동력을 적극 육성 중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1월 이탈리아 테크노플루이드사와 바이오가스 열병합발전시설 기술수출협약을 체결했다. 기술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DBS 공법을 유럽시장에 수출한 것이다. DBS 공법은 축산분뇨, 음식폐기물 등으로 가스와 전기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받게 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유럽 진출로 독일 기업들이 선점한 50조원 규모 유럽 바이오가스 발전설비 시장에서 10% 이상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친환경·저에너지 건축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2년까지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한 ‘ECO-3L House(에코 3리터 하우스) 개발 완료’라는 친환경·저에너지 비전을 대전 대덕 연구단지내 건축환경연구센터에서 선포하기도 했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 연구개발(R&D) 노력도 한창이다. 불황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3년 국내에 기술연구원을 설립한 대우건설은 과거 외환위기와 워크아웃 상황에도 R&D 투자비를 늘렸다. 그 결과 대만 룽먼 원자력발전소에 핵심 시공기술을 수출하는 등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었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기술개발원 내 연구원을 61명으로 늘렸다. 신재생팀을 신설하면서 신입·경력 연구원들을 10명 확충했다. 올해 기술개발원의 연구개발비도 26억5000만원 가량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보다 30% 정도 상향 조정된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어려울수록 미래를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연구 인력을 늘리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도 매년 연구원을 새로 채용하고 각 사업본부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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