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박연차 게이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500만 달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돈의 최종 목적지가 누구인지, 노 전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에 대한 의문 역시 커지고 있다.

돈이 전달된 경위와 대가성 여부는 검찰 수사로 규명돼야 한다. 이번 검찰 수사의 최대 분수령이 될 수 밖에 없다.

◇누가 목적지인가=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지난해 2월말 송금한 5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50억원)를 받은 사람은 연씨로 알려져 있다. 연씨는 31일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와 마찬가지로 사위인 연씨도 박 회장과 깊은 친분을 맺었다. 건평씨의 맏딸과 결혼한 연씨는 박회장이 2006년 설립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슈테크에서 6개월간 이사로 재직했다.

이 돈이 투자자금 명목으로 전달됐다는 게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의 설명이지만 연씨가 운영하는 엘리쉬인베스트먼트에 단순 투자한 돈인지, 아니면 대가성이 있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고 있다.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선물 성격이어서 결국 50억원의 목적지는 노 전 대통령이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최근에 알았다?=노 전 대통령 측근들은 50억원이 건네진 데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최근에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것으로 안다”고 밝히고 있다. 돈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시점에서 1년이 지난 뒤다. 검찰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자신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밝혀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주위의 관측이다.

하지만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이런 사실 또는 의혹을 알게 된 시점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50억원이 전달된 사실을 알았다면 이는 직무 관련성과 직접 연결된다. 포괄적 뇌물죄는 명시적인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게 아니라도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았다면 적용된다.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포괄적 뇌물죄로 구속됐다. 그러나 퇴임 이후에 알았다면 직무상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노 전 대통령, 50억원 제의 거절?=노 전 대통령측이 퇴임 후 박 회장으로부터 ‘대통령재단을 만들 때 쓰라’며 홍콩계좌에서 50억원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거절했다는 설도 나온다. 실명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자금을 받을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진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돈 전달 경로는=50억원은 박 회장의 해외 비자금 조성 창구인 홍콩법인 APC 계좌를 통해 미국에 있는 연씨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연씨가 미국에 거액을 건네받을 계좌를 어떻게 개설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의 국내 계열사로 알려진 D업체로 홍콩 비자금 일부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홍콩 당국에 APC사의 금융거래 내역에 대한 사법 공조를 요청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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