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검찰이 정대근(구속) 전 농협중앙회장의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4월은 사실상 전방위적인 공직자 사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 주변에서는 '정대근 리스트' 역시 '박연차 리스트' 못지않은 메가톤급 뇌관으로 간주돼 왔다. 따라서 또 다른 정치인을 비롯한 공직사회에 다시 회오리를 몰고올 전망도 나온다.
4월 회오리 정국 예고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농협중앙회장으로 8년간 재직하면서 정치권 인사들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정 전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여권 핵심 인사들과 상당한 친분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2005년 열린우리당 의원 5명에게 200만∼3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공식적인 후원금도 제공했다. 지난해 정 전 회장이 구속된 뒤 그를 특별면회한 옛 여권 정치인이 30명선에 달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정계에 상당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볼 때 그가 그동안 받은 불법자금의 일부를 정치권 인사들에게 건네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그가 받은 돈은 현재 밝혀진 것만 100억원에 달한다. 정 전 회장은 농협 회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12월∼2006년 2월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으로부터 세종증권 인수 사례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고, 2006년 5월에는 현대자동차로부터 서울 양재동 농협 빌딩 매각 리베이트로 3억원을 받았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선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값에 넘기는 대가로 20억원을 받았다. 여기에 중국 W사로부터는 20만달러를, 2007년 6월에는 박 회장으로부터 250만달러를 받은 사실도 인정했다.
본격 수사 배경
정 전 회장은 자신이 박 회장의 250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부인하다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에서 이를 인정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일 "정 전 회장과 박 회장이 대질신문을 했는데 박 회장이 이겼다"고 전했다. 정 전 회장은 자신에게 돈을 건넨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박 회장 앞에서 혐의를 제대로 부인하지 못 한 것이다.
정 전 회장은 그동안 자신이 '농민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영향력이 있었던 만큼 정치인들에게 돈을 댈 필요는 없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왔다.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부탁할 위치에 있었지, 이들에게 청탁을 할 입장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정 전 회장이 민주당 이광재 의원에게 선거자금 명목으로 3만달러를 건넸고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게도 불법 정치자금 1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밝혀냈다. 더욱이 정 전 회장이 앞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조만간 박 회장에게서 나온 뭉칫돈의 흐름이 밝혀질 경우 추가로 수사선상에 오를 정치인들이 무더기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초 정대근 리스트는 없다고 부인했던 검찰이 갑자기 정 전 회장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줄달음치고 있는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관심을 틀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어찌 됐든 정 전 회장이 태도를 바꿔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로 한 이상 정대근 리스트의 실체가 밝혀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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