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박연차 리스트'를 겨냥한 검찰의 2라운드 수사가 6일 박관용 전 국회의장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개막했다.일단 이번 수사는 전직 국회의원과 부산·경남 일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주 중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홍콩법인인 APC의 계좌 자료가 국내에 도착하면 500만달러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자체장 줄소환,대가성 주목=박 전 의장에 이어 김원기 전 국회의장의 소환 조사도 임박했다. 이르면 7일 소환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이들은 각각 16대 하반기와 17대 상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특히 김 전 의장은 2004년 10월 여야 의원들과 함께 박 회장의 베트남 현지공장을 방문하는 등 박 회장과는 평소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장을 역임한 거물급 정치인의 소환이 부각됐지만 사실 검찰의 눈길은 부산·경남 일대의 일부 전·현직 자치단체장들에게 향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의 텃밭인 이 일대 고위공직자 4∼5명이 박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사업의 연고지이고, 각종 사업의 인허가권이 지자체에 달려 있어 금품 규모도 정치인보다 훨씬 많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로 박 회장은 송은복 전 김해시장에게 10억원, 경남부지사를 지낸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에게 8억원을 건넸다. 수천만원∼1억원대인 정치인과는 대조를 이룬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지자체장 중 상당수는 대가성이 있는 뇌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 관가에는 '잔인한 4월'이 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달 중에는 또다른 현역 국회의원이 소환될 전망이다. 검찰은 5월초 현역 의원에 대한 기소 여부를 일괄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APC와 봉하마을 수사 박차=검찰 수사의 또다른 축은 APC 계좌 자료 분석이다. 핵심은 500만달러가 실제로 노 전 대통령 쪽으로 돈이 유입됐는가 여부다. 당사자들의 잇따른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노건평씨 맏사위)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달러에 대한 의혹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APC 자료와 관련해 "자료 도착 즉시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수사팀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는 얘기다.
검찰은 지금까지 박 회장의 진술과 이해당사자의 해명만 듣고 있었다. 하지만 APC 계좌 자료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연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번주 후반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여기서 나온다. 박 회장의 세무조사 로비 청탁을 받은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지난해 9월 접촉한 친이계 여당 의원 역시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될 지도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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