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대형 항공사들의 '저가 항공사 죽이기'가 도를 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을 이용, 신규 취항을 방해하거나 저가 항공사들과 계약을 못 맺도록 여행사들에 압력을 넣고 있다. 저가 항공사인 제주항공은 대형 항공사들의 영업 방해 사례를 취합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국제선 정기편을 띄운 제주항공은 매출액 1∼20위권 여행사와는 상품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대형 항공사들이 여행사들에게 '제주항공과 거래할 경우 향후 좌석 배당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압력을 행사한 결과라는 게 제주항공 측 주장이다.

A여행사는 제주항공과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취항 1주일 전에 포기했다고 6일 밝혔다. B여행사는 최근 대형 항공사 직원이 고객으로 가장, 대리점을 찾아와 상품 관련 상담을 받은 뒤 자신의 소속을 밝히며 "저가 항공사 상품을 취급하면 앞으로 가격이나 좌석 협조가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제주항공과 최근 대리점 계약을 맺은 C사는 대형 항공사 주관사로부터 배제당했다.

한 여행사 사장은 "좌석을 확보해야 영업이 되기 때문에 여행사들은 항공사에 언제나 '을'의 입장"이라며 "대형 항공사들과 등을 돌릴 각오가 아니라면 작은 항공사와 연계된 상품은 광고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대형 항공사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두 항공사를 죽이기 위한 후발 업체들의 음해"라고 반발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청주∼캄보디아 씨엠립 노선에 전세기를 띄우면서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주항공은 전세편 운항 신청을 씨엠립공항 현지 조업사(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화물 하역, 수속 등 업무 담당하는 업체)에 위탁했다. 하지만 이 조업사는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운항 허가서를 받은 뒤에도 대형 항공사의 항의로 취항 1주일 전까지 제주항공에 전달하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가까스로 취항은 했지만 허가가 늦어지면서 영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

제주항공이 기타큐슈 노선 취항을 준비할 때도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최초로 취항하는 만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회원사의 보증을 받아 운임표를 일본 정부에 등록해야 했다. 운임표 등재는 단순한 행정 절차였지만 대형 항공사 측은 보증을 거부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월7일 김포∼제주 노선에 취항하면서 대형 항공사에게 조업 시스템 협조를 요청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군산공항의 경우 군산∼제주 노선 운항이 하루 2회에 불과하지만, 대형 항공사의 협조를 못 얻어 이스타항공이 자체 조업팀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의 횡포는 항공여행 대중화에도 걸림돌이 된다"며 "이들의 영업 방해 사례를 다각도로 수집, 이런 행태가 계속 이어질 경우 공정위에 정식 제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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