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11월 남중국해에서 작은 나뭇배에 의지해 표류중인 베트남 난민(보트피플) 96명을 구한 공로로 국회 인권포럼이 시상하는 ‘올해의 인권상’을 받게 된 전제용(68·경남 통영시)씨는 8일 당시 결정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참치잡이 원양어선 ‘광명 87호’(400t급) 선장이던 전씨는 “엔진고장에다 낡을 대로 낡아 곧 가라앉을 상황이었던 작은 목선에 96명이 타고 있었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하더라도 정보기관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등의 불이익을 예상했지만 그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구조된 베트남인들은 부산 해운대구에 설치된 베트남 난민수용소에 수용됐고, 전씨와 선원들은 정보기관 등의 조사를 받느라 몇달간 시달렸야 했다. 전씨는 이 일로 2년 넘게 배를 탈 수 없었다.
전씨는 지금까지도 자신이 구조했던 베트남 난민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난민들은 이후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새삶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지만 전씨를 ‘캡틴’이라 부르며 한국을 방문하거나 편지·전자우편 등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해오고 있다.
전씨는 유엔의 ‘난센상’(Nansen Award) 2009년 후보로도 올라있다. 1954년 제정된 난센상은 난민구조에 크게 공헌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상으로 유엔의 노벨평화상으로 불린다. 한국인은 아직 이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통영=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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