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효황후 생가 헐릴 위기 놓여…고교생들이 보전 탄원

순정효황후 생가 헐릴 위기 놓여…고교생들이 보전 탄원

기사승인 2009-04-08 21:14:01

[쿠키 문화] 1906년 순종의 황태자비로 책봉되기까지 순정효황후 윤씨(1894∼1966)가 살았던 문화재급 가옥이 심하게 훼손된 채 재개발로 헐릴 위기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관리 주체인 서울시는 원래의 황후 생가는 버려두고 남산 한옥마을에 이를 복원해 전시성 문화재 행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옥인동 47의 133에 위치한 황후 생가는 인왕산이 한눈에 보이는 ‘ㅁ’자형으로 사랑채는 팔작지붕을 얹었고, 초익공(初翼工) 기둥머리에 합각면은 전돌로 쌓았으며, 덧문 형식의 창호는 살문과 완자창을 다는 등 조선후기 대표적인 한옥이다.

문화재보전모임 ‘달항아리문화학교’에서 활동 중인 이태영(서울 중경고 3)양 등 6명과 함께 지난 4일 둘러본 황후생가는 마당에 갖가지 살림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지붕은 방수 비닐로 덮여 있는 등 폐가나 다름없었다.

현재 6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개인 소유의 이 가옥은 재개발로 헐리기 직전이다. 이 가옥에서 살고 있는 한 주민은 “2년 전 지붕이 내려앉아 비가 새자 구청에서 비닐로 덮어주었다”며 “거주민들이 모두 재개발에 합의한 상태라 헐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현장을 답사한 윤열수 문화재위원(가회박물관장)은 “규모나 형태, 자재 등을 볼 때 보물급 한옥”이라며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1996년 남산 한옥마을을 조성하면서 옥인동 황후 생가가 너무 낡아 옮기지 못하고 건축양식 그대로 본떠 복원했다. 당시 가옥의 문화재 지정을 추진했으나 사유지라는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학교 이양은 “원래 가옥은 버려두고 딴 곳에 복원한 것은 문화재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근 동사무소에서 토지대장 등 관련 자료까지 수집한 문화학교 감시단은 이 가옥의 훼손을 알리기 위해 지난 6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건무 문화재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등 4개 관련 기관장에게 서신을 보내 관리를 촉구했다.

허물어진 채 방치되고 있는 서울 신문로 2가 경희궁 돌담(본보 4월1일 1면 보도)의 훼손 상태를 고발한 바 있는 문화학교 학생들은 최근 감시단을 발족하고 훼손 문화재 고발은 물론 복원운동까지 전개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이광형 기자
ghlee@kmib.co.kr
이광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